"성역이 유원지 전락, 안타까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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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다 목숨을 바친 뭇영령들이 편히 잠들수 있도록 보살피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75년부터 16년째 서울동작동국립묘지에서 16만순국선열들의 묘를 지키고 있는 박찬욱씨(56)는 비록 자신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묘지지만 애국영령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며 선친의 묘이상으로 정성껏 돌보고있다.
지금까지 4천여 영령을 안장시킨 박씨는 79년 박정희대통령, 83년 버마아웅산 폭발사건희생자들을 안장시킬때가 가장 가슴아팠다고 술회했다.
박씨는 『고박대통령이 장기집권의 욕심을 버리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만 했더라도 불귀의 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살아있을때 아무리 부와 권력을 갖고 있더라도 한줌흙으로 돌아갈때는 인생의 무상함과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들을 제외한 일반참배객들이 늘어나면서 애도의 표시는 커녕 그늘에 모여앉아 고기를 구워먹거나 화투를 치는등 성역인 묘지를 관광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지난 현충일때도 이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느라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모자라는 판에 사흘동안 철야 작업을했다』며 참배객들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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