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만 쌓아라!' 베어벡호 젊은 피 4인방 '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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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비교적 잘 싸웠지만 실력 차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지난 8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젊은 피' 4인방(김치우 염기훈 이종민 오장은)의 몸놀림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을 대비, 23세 이하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경험을 쌓게 하려던 베어벡 감독의 의도대로 이들은 아주 값진 경험을 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가나를 맞아 베어벡호의 젊은 피들은 실력과 경험에서는 밀렸을지언정 패기만큼은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특히 오른쪽 윙 포워드로 나선 이종민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측면 풀백 차두리와 함께 부지런히 사이드 돌파를 시도한 이종민은 자신감 넘치는 돌파로 여러 차례 공간을 확보했다.

가나의 왼쪽 측면을 담당한 모하메드와 일리아스는 연이어 이종민의 침투를 허용해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김동현의 투입과 함께 4-4-2로 전환한 전술 변화에도 쉽게 적응했다. 윙 포워드 대신 윙 미드로 내려왔음에도 주저함 없이 과감한 움직임으로 가나 수비진을 교란했다.

이종민의 반대쪽 측면을 담당한 염기훈 또한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가능성은 충분했다. 이종민과 함께 풀타임을 모두 소화한 염기훈은 위협적인 돌파와 슈팅으로 킹스톤이 지킨 가나의 골문을 몇 차례 위협했다.

후반 18분 터져나온 김동현의 만회골도 사실상 염기훈이 거의 혼자 만들어냈던 것이었다. 선페이와 멘사의 측면 공간을 파고든 염기훈이 땅볼로 강하게 슈팅을 날렸고, 이를 킹스톤이 잡지 못하고 놓치자 김동현이 가볍게 밀어넣었다.

염기훈도 전술변화에 별 어려움없이 맞춰나갔다. 왼쪽 윙 미드로 자신이 해줘야 할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소속팀 전북에서 미드필더로 K리그 경기를 소화했던 염기훈은 농익은 기량을 펼쳐내며 베어벡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다만 염기훈과 이종민 둘 모두 수비가담이 느렸다는 점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김두현-박지성을 대체할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오장은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동현과 교체될 때까지 전반전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패기로 무장한 오장은은 폭넓은 활동반경을 보이며 공격과 수비에 활발히 가담했지만 마지막 한끝이 부족했다. 침투패스가 부족했고, 긴장한 탓인지 볼 컨트롤이 얼마간 미숙했다.

그러나 오른쪽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이 아니었다면 풀타임을 소화해도 무난했을 정도의 플레이는 해냈다는 평가다.

박주성을 대신해 후반 23분부터 왼쪽 풀백으로 나서 A매치에 데뷔한 김치우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큰 위기를 허용하지도 않았다.

킹스톤과 아피아의 돌파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안정감 있게 디펜스 라인에 녹아드는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김치우의 경우 다른 동료들에 비해 출전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자신이 가진 모든 기량을 보여주는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고작해야 A매치 1경기에 출장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가나라는 강호를 맞아 무난한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베어벡 감독도 "우리 어린 선수들이 배움의 기회를 가진 것에 만족한다.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자세한 평가를 유보하는 자세를 취하는 한편 "비교적 만족한다"고 밝혔다.

경험을 쌓고, 좀 더 배워나가는 것. 지금 우리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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