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소군부에 개혁촉구/“비판대상서 제외될 수 없다”강력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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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독보장 평화조약 제의
【모스크바 로이터ㆍAFP=연합】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8일 군부의 혁신을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하는 한편 군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독재자 스탈린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제2차대전 승전 4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가진 기념식 연설을 통해 군부가 자신의 개혁정책의 「핵심대상」임을 강력 경고하면서 소련이 보다 활력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전반적인 변혁에 맞춰 군도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반사회주의 분자들」에 대해 강경한 응징조치를 취하라는 군고위퇴역 장교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또 독일통일에 대해 언급,통독에 앞서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유럽의 안보를 보증하기 위한 평화조약 체결을 제의했다.
그는 소련이 앞으로 통일독일과 협력해 나갈 것이지만 유럽의 전략적 안보를 보증해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베르사유조약과 같은 평화조약이 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이날 모임에 참석한 재향군인들 및 현역장교들에게 페레스트로이카가 군부로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군의 개혁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군의 현상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군이라고 해서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현재 군의 개혁방안을 마련키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중이라고 밝히고 『군생활을 민주화하고 군비와 군예산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에 이어 등단한 바실리 그리샤노프 해군제독은 연설에서 군징집거부자 및 탈영병에 대해 법과 명령을 엄격히 적용시킬 것을 고르바초프에게 촉구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최근 몇년사이 특정정치세력들이 군에 대해 계속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으며 젊은이들의 조국에 대한 개념을 깨뜨리기 위해 애써오고 있다』고 비판,참석자들로 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라샤노프의 발언은 발트해 공화국들의 탈소움직임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크렘린당국에 대한 군부의 불만을 극명하게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7일 크렘린궁에서 재향군인들이 참석한 모임에서도 연사들이 소련사회의 기강과 질서가 해이해지고 있다고 비난,공산당을 공격하고 『선동가들이 반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하고 있으며 일부 공화국에서 민족주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군과 정치지도층 사이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음을 드러냈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일단의 재향군인들로 부터 현 시국을 감안해 볼때 『이제는 나사를 죌 때가 됐다』며 발트해 공화국들의 탈소독립운동 및 반사회주의 경향을 억제하기 위해 강권을 발동할 것을 촉구한 것과 관련,『나에게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소련사회가 법으로 다스려져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해 대통령으로서 강권을 발동할 의도가 없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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