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의 기본자세/지분 흥정의 발상부터 깨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평민당과 가칭 민주당간의 야권통합교섭이 공식대표들간의 첫 모임에서 몇가지 기본원칙에 합의한 것은 일단 다행스럽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자면 특정지역의 한계에 묶이지 않는 전국적인 「대야」가 나와 「거여」와 맞설 수 있는 정계구조가 이룩돼야 함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고 평민ㆍ민주당 역시 앞장서서 이 점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금껏 양당이 입으로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실제 통합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누가 얼마나 더 당권을 장악하느냐의 이해타산 때문이었다. 이번에 양측 대표단의 1차교섭에서 당대당의 통합,집단지도제의 채택,당대표의 경선등 몇가지 기본사항에 합의한 것은 일단 진전이라고 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열쇠인 당권지분에 관해서는 진전이 없기 때문에 아직은 전도를 낙관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김대중씨 2선후퇴문제도 민주당이 공식요구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큰 난관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양보나 기득권의 포기를 보이지 않고는 양당이 진정한 통합의지를 가졌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그런 점에서 통합교섭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전부터 야권통합을 이룩하자면 평민ㆍ민주 양당이 현재의 자기 테두리에 집착하는 당략적 접근으로는 안된다고 강조해 왔지만 지분문제등을 둘러싼 양당의 자세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안타깝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분문제를 둘러싼 양보없는 대립은 국민이 보기에 명분없는 이해싸움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의석수가 전적인 기준일 수는 없지만 8석을 가진 민주당이 70석의 평민당에 무조건 50대50을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민주당이 이런 상대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낙선자ㆍ낙천자 등을 끌어모아 창당을 서두르면서 대등한 조건을 갖추자고 나선다면 그것은 야권통합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반면 평민당은 현재의 당세 비교를 근거로 민주당을 결과적으로 흡수통합한다면 그것은 지역당의 탈피라는 통합의 목적을 살릴 수 없게됨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양당이 50대50이냐,60대40이냐는 식으로 산술적 흥정만 할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우리는 전에도 말했지만 통합야당이 국민이 기대할 만한 전국적 「대야」가 되기 위해서는 평민ㆍ민주 양당의 기성 정치인들만의 나눠먹기식 통합이 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양당이 현재의 구성원들로 일단 합치고 문호를 활짝 열어 지역성ㆍ당파성과 관련없는 새로운 세력들을 과감히 영입해야 국민에게 신선감과 기대감을 줄 수 있고 지분과 같은 소아적 대립도 넘어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양측의 진지한 성찰이 있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양당밖의 다른 정치세력들과의 연대문제도 고려돼야 마땅하다. 「거여」에 맞설 만한 범야세력의 규합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정한다면 민연추ㆍ전민련 등과의 횡적인 협조체제가 바람직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모처럼 순조로운 첫걸음을 내디딘 양당의 통합교섭이 순항하기를 바라면서 양측 당사자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장래를 생각하더라도 좀더 넓은 시야에서 통합작업을 추진하기를 촉구하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