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가불해 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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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자동차에서 항공사 마일리지까지 신용카드 포인트 선(先) 할인 마케팅이 카드업계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선할인이란 카드로 물건을 구입할 때 미래에 생길 카드 포인트를 미리 당겨 써 물건값을 할인받는 방법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부족해도 다양한 제품을 살 수 있게 돼 편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한된 시간 안에 갚아야 할 부담이기도 하다.

◆자동차에서 부엌 가구까지=국민은행은 20일 만도위니아와 제휴, 김치냉장고 딤채를 살 때 50만원까지 선할인해 주는 'KB포인트 리카드'를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르노삼성차와 제휴해 선할인 마케팅에 합류한 삼성카드는 이후 GM대우차.삼성전자 가전제품에 이어 이달 초 한샘 부엌가구로까지 선할인 대상을 확대했다.

LG카드는 올 7월 말 항공사 마일리지 선할인 상품인 'LG트래비즈-스카이패스 카드'를 출시했다. 기업은행도 올 3월부터 SKT.KTF와 제휴해 휴대전화를 선할인해 주는 '폰세이브 카드'를 내놨다.

금융감독원 여전감독실 김준현 실장은 "현대카드M으로 시작한 선할인 마케팅은 지난해 말부터 전 카드업계로 불붙어 올 5월 말 현재 총 선할인 금액이 5500억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만만찮은 선할인 부담=선할인은 받을 때는 좋지만, 이후 카드사용으로 생긴 포인트로 갚기가 쉽지 않다. 카드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선할인 포인트는 대개 3~4년 안에 갚아야 한다. 신한카드의 탑스오토카드로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50만원을 선할인받을 경우 4년 안에 50만 포인트(1포인트는 1원)를 갚아야 한다. 이만큼을 포인트로 올리려면 가맹점마다 적립 비율이 다르긴 하지만 연간 최고 2500만원, 4년 동안 총 1억원어치를 카드로 구입해야 한다.

한편 카드사의 선할인 경쟁이 뜨거워지자 금융감독원은 26일 "선할인 포인트도 나중에 연체가 발생하면 카드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까지 자산항목으로 잡았던 선할인 비용을 내년부터는 즉시비용으로 잡도록했다"고 밝혔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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