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 400명이 탄 배 … 명나라 '정화 원정선'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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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환관 정화(鄭和)가 1405년부터 일곱 차례 해상 원정을 하면서 이용했던 선박 중 한 척이 24일 중국 난징에서 600여 년 만에 복원, 공개됐다. 이번에 복원된 전장 63.25m의 이 배는 신대륙을 발견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탔던 산타마리아호(길이 약 23m)에 비해 훨씬 큰 규모다. [난징 신화통신=연합뉴스]

15세기 초 중국 명(明)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永樂帝)의 명을 받아 대형 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 동부해안까지 항해했던 환관 정화(鄭和:1371~1435 ?)의 배가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지난해 정화의 항해 6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였던 중국은 난징(南京)에 있는 당시 조선소 유적지에서 그가 탔던 배의 실물 크기 모형을 만들어 일반에 전시했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복원된 배는 전장 63.25m, 너비 13.8m로 8개의 돛을 갖췄다. 가장 큰 돛은 넓이가 200㎡나 된다. 수면에서 배 바닥까지의 길이인 흘수는 4m에 달하며, 전체 배수량은 1300t으로 400명이 탈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제작된 모형 목선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 배는 앞뒤 모두가 치켜 올라간 명나라 초기 선박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세 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갑판에는 여섯 대의 대포가 설치됐고 비상 탈출용 소형 선박까지 갖추고 있다. 중국은 이 배를 조선소 유적지에 영구 전시할 계획이다.

정화는 현재의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태어난 무슬림(이슬람교도) 환관으로 1405년부터 사망 전까지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대양 항해를 했다. 1~3차는 인도 서남부, 4~7차는 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까지 진출했다. 특히 별동대 일부는 아프리카 동쪽 해안과 홍해 연안까지 항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 면에서도 60여 척의 선단에 2만 명 이상의 승무원이 항해에 나서는 등 당시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했다.

정화의 항해 목적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영락제가 자신에 의해 황제 자리에서 쫓겨난 뒤 행방을 감춘 조카 건문제를 찾기 위해 함대를 보냈다는 주장과 주변국들로부터 조공을 받기 위해 파견했다는 설 등이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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