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자리 창출 능력 상실한 한국경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국경제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 능력을 잃었다는 진단을 국제기구로부터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그제 펴낸 '2006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전망' 보고서는 "한국경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 급여를 받는 고용을 창출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외견상 실업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비정규직과 임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취업자는 잠재적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은 복지 부담을 늘릴 위험이 크다.

우리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기가 경제운용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정부가 그토록 떠들어온 양극화 해소나 중산층 육성도 결국은 안정된 고용과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제대로 된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이 활기 있게 돌아가고, 왕성하게 투자해야 그런 일자리가 생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 대신 퍼주기 식 분배와 복지에 매달려 왔다. 기업을 억누르고, 강남 부동산을 때려잡는 데 골몰하느라 일자리 만드는 데는 관심도 없었다. 그 결과 기업의 투자 의욕은 사그라지고 성장의 추진력을 잃었으며, 급기야 국제기구로부터 '일자리 창출 능력 상실'이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 판에 노무현 대통령은 "성장이 일자리 문제와 국민의 후생을 해결하던 시대는 이제 거의 끝나간다"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이른바 사회 서비스 일자리의 확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내년에 정부 예산 2조4000억원을 퍼부어 80만 개의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 서비스 일자리야말로 IMF가 지적한 불안정한 일자리가 아닌가. 월 몇십만원 받는 임시직이 제대로 된 일자리일 수는 없다. 사회 서비스를 확충한다는 것이 고용 창출 정책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 확대와 경제성장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를 외면하거나 혼동해서는 한국경제가 일자리 창출 능력을 회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