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과 신용카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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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의 신용카드(크레디트 카드)는 어느새 1천만장을 넘었다. 올해안에 1천3백만장으로 늘어날 추세다. 이들 카드의 연간 거래액수는 10조원에 이른다. 이쯤되면 신용사회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신용카드의 기원은 미국에서 비롯되었다. 석유회사들이 그런 궁리를 내서 1914년부터 사용되었다. 자동차없이는 한시도 못사는 미국에서 길을 가다가 호주머니에 돈은 없는데 기름이 떨어지면 그처럼 난감한 일은 없을 것이다. 석유회사는 바로 그런 사람들도 놓치지 않는 상혼을 발휘했다.
초기에 벌써 신용카드 가입자는 1백만명도 넘었다. 그러나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제일 먼저 신용카드부터 앗아갔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인플레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자 신용산업은 발붙일 곳이 없게 되었다.
그후 또다시 신용카드가 만능의 구실을 하게된 것은 1950년부터의 일이다. 현금없이도 여행과 유흥(T&E,트래블,엔터테인먼트)을 보장해주는 「플래스틱 화폐」로 각광을 받게되었다.
지금 미국에서 통용되는 크레디트 카드는 무려 6억장을 헤아린다. 연간거래액수도 1조달러 규모나 된다. 레이건 대통령시절,인플레를 다스리는 정책을 강력히 펴면서 크레디트 카드를 문제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손을 쓰지는 못했다. 미국은 이미 구조적으로 신용거래를 하지 않고는 살기 힘든 사회로 굳어진 때문이다. 대학등록금도 신용카드로 내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일본도 그점에선 같다. 1억2천만장의 신용카드가 통용되고 있는 그 사회에선 18세부터 25세까지의 대학생들에게도 카드가 발급되고 있다. 다만 현금대출은 『노!』하는 회사도 있다. 또 거래한도도 학생신분에 맞게 제한되고 있다. 어느 회사는 학부형의 도장을 받아와야 카드를 발급해 준다.
우리나라도 요즘 신용회사들이 대학생을 상대로 카드 판촉을 하고 있다. 과소비풍조를 걱정하는 형편에서 고정수입도 없는 대학생들까지 외상거래를 남용하면 문제는 문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신용도 재산이라는 습관과 경험을 미리 쌓아두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신용을 한번 잃고 나면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말도 있다. 대학생쯤 되면 스스로 욕구를 억제할줄 아는 판단력을 갖는 노력도 할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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