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대검에 처음 출두할 때만 해도 "SK에서 1원도 받지 않았다"며 버텼던 그다. 세번째 소환된 21일에서야 털어놓은 것이다.
崔의원은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재정위원장이었다. 그런 만큼 그가 받은 불법 자금은 곧바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崔의원이 혼자 혐의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이회창씨를 포함한 당 관계자의 연루 부분을 털어놓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건의 불똥과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감지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는 1백억원이라는 거액을 엄청난 부피의 현금으로 받았다. 사과상자 한개를 1만원짜리로 채울 때 2억원 남짓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50상자 분량을 실어날랐다는 얘기다. SK 측이 허위 전표 등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한 뒤 며칠 동안 시중 은행들을 돌아다니며 현찰을 쓸어 모아야만 조달이 가능한 액수다.
이를 비닐 쇼핑백에 담아 여러 차례에 걸쳐 崔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영수증을 발급하고 선관위에 신고한 합법적 후원금이라면 이처럼 번거로운 '작전'을 벌일 리 만무하다.
崔의원이 검찰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횡령한 것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용처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한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선거를 위해 썼다는 해명으로 들린다.
특히 崔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이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지난해 11월) 이전이라는 점에서 의혹은 더 커진다. 일찌감치 '뒷돈 주머니'를 찼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이회창 후보 사조직으로의 유입 의혹도 계속 제기된다.
향후 崔의원의 진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은 큰 풍파에 휩쓸릴 수 있다. 崔의원은 첫 검찰 소환 때 "나중에 다 알게 될 것"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했었다.
그러나 崔의원이 주요 용처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백억원 수수 사실은 검찰이 SK 관련자들에게서 상세한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 버틸 수 없었지만 흩어진 현금의 향배를 추적하는 건 검찰로서도 상당히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