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에 반정 지하조직”/천안문시위 주역 차이링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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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위 그만둬도 탄압 자행했을것/등소평이 역사흐름 바꿀수 없다
「북경의 봄」당시 천안문광장 시위 주역이었던 차이링(24ㆍ채령)이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10개월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해 6월4일 자행된 천안문대학살 직후 지하로 잠적,약10개월간의 은둔도피생활 끝에 최근 중국을 탈출,파리에 온 채령은 이날 파리 근교 라데팡스에 있는 그랑다르슈(대개선문)34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4백여명의 각국 보도진과 회견을 가졌다.
그녀는 남편 펑충더(봉종덕)와 함께 자리를 같이했다.
채령은 『혁명이 좌절된 것은 조직과 준비부족 때문이 아니라 당의 반작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당의 원로들은 40년독재의 타성대로 학생들의 평화적 시위를 결국 잔인하게 짓밟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자유와 민주를 존중하는 서방의 모든 나라들은 「살인정권」에 대한 제재조치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지금도 중국에서는 여러가지 반정부 지하조직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가.
『당국의 눈길을 피해 10개월동안을 숨어지내면서 여러조직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조직도 한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 퍼져 있고,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계층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도 이 조직들은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천안문시위를 주도했던 사람으로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느껴본적은 없는가.
『만일 당시 학생들이 좀더 신중하게 행동했더라면 비극적 유혈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데 대한 대답은 그동안 당이 과거의 학생시위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보면 자명해진다. 그 때 우리가 시위를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갔더라도 무자비하 탄압은 비밀리에 더욱 광범위하게 자행됐을 것이다.』
­천안문사태로 숙청된 자오쯔양 (조자양)전총서기와 당시 시위학생들간의 어떤 연결같은 것은 없었는가.
『없었다. 다만 만일 그가 좀더 일찍 시위사태에 충분한 관심을 보였더라면 시위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의 학생들이 새로운 봉기를 준비하고 있다면 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외부세계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은.
이 질문에 대해 그녀는 남편이 써준 「우리의 심장은 강철로 된 심장」 「가장 두려운 것은 무섭다고 느끼는 두려움 바로 그 자체」 「등소평,그가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수는 없다」는등 몇가지 구호를 보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황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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