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학 교사들 '논술 연수' 받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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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 공통과학이 전공인 서울 백암고 이효근 교사는 여름방학 때 논술 전문 과정 연수를 받았다. 30시간 동안 토론식 수업을 했고, 첨삭 지도도 받았다. 학교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연말까지 과학 논.구술 책자를 만들기로 했다. 이르면 겨울방학 때부터 사용하는 게 목표다.

그는 "이과 교사들이 논술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연수를 받으면서 여러 과목의 교사가 함께 토론하고 장기적 안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술 교육에서)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 서울 관악고 윤세진 교사. 그는 최근 학생들에게 동물 복제에 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찬반 입장을 써보라고 했다. 잡지.신문 등을 자료로 줬다. 대부분 학생이 기본 분량(1000자)의 절반도 써 내지 못했다. 앞뒤 주장이 다르기도 했다. 그는 "진도 때문에 기본 개념을 가르치기도 시간이 빠듯하다"며 "논술의 기본틀까지 가르치긴 태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내년부터 서울 지역 중학교 교사는 '논술 연수'를 받아야 한다. 고교의 경우 주로 인문 계열 교사가 해 왔던 논술 연수가 자연 계열 교사까지 확산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19일 이런 내용의 '서울 학교 논술 교육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발표된 대책에는 ▶정기고사에서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기존 40%에서 50%로 확대 출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논술 전문 과정을 연수한 교사가 학교마다 한 명꼴은 되도록 한다는 방침 등이 담겨 있다.

서남수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은 "2008학년도 대입에서 논술이 중요한 전형 요소로 대두함에 따라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논술 교육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논술 연수는 필요한 방향"이라며 "그러나 내실있게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논술이 필요하지만…"=중대부고 고용철 교사는 최근 사회과 교사와 함께 '방과후 학교' 수업에서 논술반을 개설했다. "두 번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교사들은 아직 소수다. 서울 중앙고 정창현 교장은 "학교에서 사실상 논술 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여건 등을 감안하면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핵심 요원을 길러내기 위해 방학 때뿐 아니라 학기 중에도 교사를 상대로 한 논술 특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수업은 오지선다, 평가는 서술형"=서울시 교육청은 통합 교과형 논술 대책의 하나로 서술형.논술형 문항 확대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채점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위해 간단한 단답형 주관식을 내는 게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이금천 정책실장은 "수업은 오지선다형으로 하고 평가는 서술형.논술형으로 할 수는 없다"며 "논술 평가를 하려면 학생당 30분 이상 걸리는데 지금 학교 여건에서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교육과정.프로그램 등 전반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정애.이원진 기자

*** 바로잡습니다

9월 20일자 12면 '내년부터 중학 교사들 논술 연수 받는데…' 기사 중 윤세진 교사는 서울 과학고가 아닌 관악고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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