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80% '학교안에서 버젓이 전달'

중앙일보

입력

납품업자와 교직원간 검은 거래의 상당 부분이 학교밖 은밀한 장소가 아닌 교장실이나 행정실 등 학교 안에서 버젓이 이뤄진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드러나 교육계의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케 하고 있다.

19일 전남경찰청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광주 W중 전 교장 김모씨(55)와 전 행정실장 윤모씨(46.여), S중 전 행정실장 윤모씨(51) 등 3명이 납품업자들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는 확인된 것만 5486만원에 달한다.

내부 고발자의 진술과 경찰 수사, 납품업자 15명의 자백 등을 통해 확인한 공식 범죄액수다. 이는 납품 또는 공사 계약금 명목으로 학교 회계장부에서 빠져 나갔다가 리베이트로 변질돼 다시 학교로 'U턴'한 돈으로, 업체들은 1-2차례에 걸쳐 현금 형태로 이를 전달했다.

뒷돈은 주로 행정실장을 통해 교장에게 건네졌고, 업무 성격이나 보고체계상 사전 공모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밝혀낸 리베이트 제공장소는 모두 24곳으로, 이 중 19곳(79.1%)은 학교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내 또는 학교주변 주차장도 각각 3곳에 달했고, 교직원 자택 주변에서도 4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이 오갔다.

특히 W중 교장의 경우 행정실장과 공모한 뒤 개학 직후인 3월 중순께 행정실장 윤씨로부터 '납품업자가 돈을 건네왔다'는 보고를 받은 뒤 수수금액의 30-40%선인 100여만원을 챙기는 등 주로 교장실에서 현금화된 뇌물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이 오간 시간도 대부분 오후 2-4시께여서 퇴근 후 은밀히 이뤄질 것이라는 통념을 깼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현장 안에서 교장과 행정실장이 미리 짠 뒤 실장은 뇌물을 받아 보고하고, 교장은 이를 나눠 갖는 등 교육계의 도덕불감증이이처럼 심각할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동안 한쪽에서는 학생들을 볼모로 수천만원의 뒷돈을 챙겼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며 "뇌물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일부를 기각한 사법부 판단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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