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이 인도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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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인도를 방문하며 글로벌 현장경영을 재개했다. 정 회장이 해외활동을 본격화하면서 그룹 내부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17일 현대기아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4박5일 일정으로 17일 인도를 방문했다. 비자금 수사 이후 처음맞는 해외일정이다. 지난 4월 이후 다섯달만이다.

정 회장은 올 초부터 시작된 비자금 관련 검찰 수사로 인해 구속된 이후 특유의 현장경영을 올스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정 회장이 자동차산업계는 물론 국내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난 6월28일 보석을 허가했다.

인도는 현대차의 전략기지로 육성되고 있다. 지난해 인도공장이 수출한 차량은 총 9만6560대로 현대차가 수출한 차량의 38.2%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현재 인도 첸나이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제2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출비중을 오는 2008년까지 50%대로 늘릴 계획이다. 물론 이 같은 계획은 정몽구 회장의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과 만모한 싱 총리 등 인도 정부 최고위층 인사를 면담할 계획이다. 기업 총수가 현지를 방문해 정부 최고위층과 경영상황을 논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의 진척도 급물살을 타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내부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요 임직원들이 휴일임에도 모두 출근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출국함에 따라 경영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정 회장의 동정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룹전체에 있어 정 회장이 상징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23일 보석이후 3주 만에 전직원에 E메일을 보내 사기를 잃지 말자고 독려했다. 정 회장은 "쉽지는 않겠지만 회사에 대한 우려를 이른 시일 안에 말끔히 씻어내겠다"며 "건강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고 보석 상태라는 제한된 여건이지만 그동안 연기됐거나 지체된 국내외 사업부터 차질없이 다시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 때문에 인도를 시작으로 한 정 회장의 행보는 한층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룹 내부는 비자금 수사 이후 주요 해외사업 일정이 연기돼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인도뿐만 아니라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과 현대차 체코 공장 착공식도 정 회장의 부재로 연기된 상태다. 그룹은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이 일정들은 하반기 내에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쌓여있던 난제들이 정 회장을 구심점으로 하나하나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며 "정 회장의 리더십을 통해 그룹 전체가 하나처럼 뭉쳐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의 이번 인도방문은 인도 정부 주요관계자의 일정 등으로 인해 주말께로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4박5일 일정이지만 주요당국자와의 면담일정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늦으면 주말까지 방문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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