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에선 남한의 연애·추리소설 많이 읽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난생 처음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남한 문인및 사업가들이 연변에 자주 들르고 있고, 그곳에서도 남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가고 있어 취재겸 여행차 50년만에 고국에 왔습니다.』
지난달 26일 취재차 서울에 온 중국길림신문사문예부주임기자 이선근씨(50). 함북에서 태어나 한살때 중국에 들어간 이씨는 국어교사로 15년간 재직하다 78년 연변인민라디오방송국, TV방송국에서 문학담당기자로 일했으며 85년 길림신문이 창간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중국작가협회연변분회 회원으로 소설도 쓰고있어 중국동포문단에 정통하다.
2만부 발행의 격일간지 길림신문은 연변일보와 함께 중국동포사회를 대표하는 한글신문. 편집국기자가 35명이고 4면을 간행하고 있다.
『중국 50여 소수민족 가운데 우리 한민족이 문학열기가 가장 높습니다. 총2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국동포중 2백여명이 중국작가협회 연변분회에 소속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임원춘·김철씨등 중국중앙문단에서 필명을 날리는 동포도 많습니다.』
2백여 동포문인중 다른 직업없이 창작에만 전념하는 「전직작가」는 10여명. 이들중 중국작가협회에서 고정급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자치주문화국산하 창작평론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원고료는 1천자에 13원. 1만자분량(우리 2백자 원고지로 50장) 단편이면 1백30원으로 이씨같은 간부기자 월급 1백20원을 앞지르니 문인에 대한 경제적 대우도 대단한 셈이다.
『40세가 넘는 작가들은 여전히 사실주의문학에 입각해 있는 반면 40대이하의 청년작가들은 스스로 「현대파」라 칭하며 낭만주의·상징주의·심리주의등 서구 문예이론들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변에선 여전히 내용위주의 재미있는 작품이 많이 읽히고 있습니다. 북한 작품도 들어와있지만 요즘 남한의 연애소설·추리소설등이 많이 읽히고 있어요. 특히 문예지「장백산」에 연재중인 김성종씨의 「제5의사나이」는 인기가 대단합니다.』
이씨는 서울에 온김에 한국문단을 깊숙히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이경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