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주 안된 짧은꼬리원숭이, 사람 표정 따라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이런 모방 행동은 고등한 영장류, 즉 사람이나 침팬지에게서만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탈리아 파르마대의 피에르 페라리 교수팀이 상대적으로 하등한 원숭이도 모방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페라리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Public Library of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페라리 교수팀은 아프리카산 짧은꼬리원숭이 새끼 21마리로 테스트를 했다. 실험자가 새끼를 바로 본 상태로 들고 다양한 표정을 지어본 뒤 새끼 원숭이가 따라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생후 하루가 지난 짧은꼬리원숭이 새끼는 한 마리도 실험자의 얼굴 표정을 따라하지 않았다. 3일째가 되자 이 원숭이들이 실험자의 얼굴 표정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혀를 내밀기도 하고, 입을 벌리거나 입맛을 다셨다. 2주가 지나자 모든 모방 행동은 멈췄다. 일반적으로 모방 기간이 사람은 3개월, 침팬지는 2개월인데 비해 짧은꼬리원숭이의 모방 기간은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페라리 교수는 "짧은꼬리원숭이들을 같은 종끼리만 모아놓았을 경우 모방 기간이 더 오래 가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방 행동은 어떻게 이뤄질까. 뇌세포 가운데 '미러 뉴런(Mirror Neuron)'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신경세포들이 여기에 관여한다. 아이가 어른의 표정을 바라볼 때 이 신경세포들이 흥분상태에 들어가며 활동을 시작해 흉내로 이어지게 된다. 유사한 종류의 신경세포가 짧은꼬리원숭이게도 존재해 다른 종의 행동을 보고 얼굴 표정을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유사점은 인간과 원숭이 사이에 흉내를 내는 데 필요한 뇌 조직에 공통된 세포와 과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페라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짧은꼬리원숭이와 사람의 조상이 분리됐던 시점을 더 최근으로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짧은꼬리원숭이의 모방 기간이 상당히 짧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비춰 2500만 년 이전에 갈라졌다는 주장이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