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관련 서적 출간 부쩍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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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건강이나 질병, 혹은 의료복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져가면서 최근 들어 의학관련서적 출간에 손대는 출판사가 늘고있다.
의약·의료분야가 고도의 전문성을 띠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는 층이 얇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한정된 구매수요의 현실 속에서 전공자들을 위한 강단용 교재나 내야했던 출판계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전례 없는 현상이다.
이들 의약·의료관련서적은 내용상▲사전·역사등 기초분야를 다룬 것▲정치경제학적 입장에서 의료체계나 정책을 다룬 것▲우리 전통의 민속의약을 다룬 것 등으로 대별되는데 이중에서도 특히 소련·동구권및 제3세계의 의료체계소개에 주안을 둔 번역서 출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반단행 본 출판사로서는 지식산업사가 의약관련서적출판에 비교적 빨리 손을 뻗어 87년11월 독일 아커크네히트의『세계 의학사』를 선보인데 이어 올 가을에는 G. E.단이 지은『세계 약학사』를 번역 출간 할 예정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카데미서적의『의학대사전』은 일제이래 난맥상을 보여온 의학용어의 새로운 정립을 위해 이우주 박사(연대명예 교수)팀이 6년여의 작업 끝에 내놓은 기념비적 역저. 총15만 어휘를 수록한 이 사전은 지금까지 우리의료진이 사용해온 오염된 일본식용어와 어려운 한자어를 대폭 추방하는 한편 선진국수준에 돌입한 국내의학의 학문 적성과와 기술을 총망라해 정리했다. 신생출판사인「청년세대」는 정치경제학적 입장에선 의료보강메커니즘의 이론소개에 주력하면서 지금까지『한국 의료보장연구』『한국의료보장, 무엇이 문제인가』 『북한보건의료연구』『조선 보건사』등 4책을 냈다.
도서츨판 한울은 88년 서울대의대 학생들의 심포지엄 발표논문 5편을 묶어『한국의 의료실태』란 소책자를 낸데 이어 작년에는 이를 보완한『한국의 의료』를 서울대의대 의료연구회 이름으로 출간했고, 다시 비센트 나바로교수의『현대자본주의와 보건의료』를 번역·출간했다. 이밖에 도서출판 나라사랑과 서광사가 『인간과 의학』『생의 윤리학』등의번역서를 펴내면서 의학서적출간에 가세하고있다.「학민사」와「열린책들」은 전통의약관련 서적출간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학민사는 정민경씨 집필의『민족의약의 재발견』1권에 이어 이를 시리즈화, 앞으로 3권을 더 낼 계획이다.
「열린책들」은「한방신서」란 이름으로 에세이식 계몽서인 『건강하게 삽시다』와 북한원전을 다듬은 『한국의 보약』을 내 크게 호평을 받은데 힘입어『도교와 불로장수의학』 『나에게 맞는 한방약』등 총10책을 기획, 금년 안에 모두 출간할 예정으로 있다.
이중 북한당국의 장려와 후원아래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한의학(동의학)번안 서적에 대한 대중의 인기는 의외로 높아『한국의 보약』같은 책은 발간 한달이 채 못돼 1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이미 4판 인쇄를 진행중이라는 얘기다.
도서출판 까치가 준비중인『동의학 사전』도 북한사전을 저본으로 내용전반을 우리실정에 맞게 손질한 것인데 독자들의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출판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청년세대」의 한 편집담당자는『출판사의 전문성확보라는 측면 외에도 책을 내면 읽어줄 독자층이 구체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의학서적출판에 나섰으나 지금처럼 일반대중의 호응까지 겹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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