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블레어 총리 건강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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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토니 블레어(50) 영국 총리가 20일 하루 종일 일을 하지 않았다. 19일 심장박동 이상으로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모든 언론이 총리의 심장 이상을 대서특필하면서 일부에선 후계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1980년 결혼한 직후 담배를 끊었고, 매일 테니스를 치며 체력을 단련해온 총리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가 심장박동이 불규칙하다고 느낀 것은 일요일인 19일 낮. 대수롭지 않게 여겨 총리관저의 인근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진찰을 담당한 의사는 "당장 심장전문의의 진료를 받으라"며 런던시내 서쪽에 있는 해머스미스 병원을 소개했다. 해머스미스는 불규칙한 심장박동과 호흡곤란 등으로 심각한 이상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심박급속증'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다섯시간 동안 박동을 정상화하기 위한 전기충격.약물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최소한 24시간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원인은 스트레스다. 가장 큰 원인은 이라크 전쟁이다. 참전을 결정할 당시 현직 장관이 반발해 사임하는가 하면 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참전 반대에 연대 서명하는 내분을 겪었다. 전쟁이 일단락된 지난 6월부터는 이라크 내에서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자 '전쟁 명분을 조작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BBC는 "정부의 WMD 보고서가 왜곡.과장됐다"고 보도하면서 오보 시비에 휘말렸고, 그 와중에 사찰 전문가인 켈리 박사는 자살해 정부 책임론이 일었다.

최근엔 유럽통합과 관련된 여론분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국가들이 논의 중인 새 유럽헌법이 영국의 주권을 훼손한다는 반대여론이 일고, 엘리자베스 여왕도 총리실과 견해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총리실은 블레어가 퇴원하자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총리는 매우 정상적이다. 총리가 보인 증세는 비교적 흔한 정도며 쉽게 치료될 수 있고, 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영국 언론들은 총리 후계 문제를 점치고 있다. 후계엔 단연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브라운은 블레어 총리가 변호사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블레어 총리가 노동당 당수직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다음은 네가 맡아라"고 약속까지 해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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