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10년 후엔 세계 3위로 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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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MIT 크루그맨 교수 신저 『기대축소…』서 비판/경제 민족주의 강화… 무역축소 선도/2000년엔 제조 25% 금융 45% 외국기업이 소유
미국의 경제력은 오는 2000년이 되면 유럽 일본 다음의 제3위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미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폴 크루그맨 경제학 교수가 전망했다. 그러나 극심한 경제불황이나 두자리 숫자 인플레와 같은 충격을 받지 않는한 미국 사람들은 여전히 미 경제정책을 성공적인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그의 신저 『기대축소의 시대­90년대 미 경제정책』을 통해 비판했다.
이와함께 2차대전이후 무역개방과 경제통합이 추진돼온 추세에 역행,경제적 내셔널리즘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은 무역제한을 선도하게 될 것 같다고 크루그맨 교수는 우려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소유증가가 미경제 내셔널리즘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2000년이 되면 미 제조업의 25%,금융부문의 45%를 외국기업이 차지한다해도 놀랄일이 못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미 경제 내셔널리즘으로 인해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의 위축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외국 투자가들은 미 경제 내셔널리즘의 고양때문에 투자의 안정성에 관해 불안해질 것이며 그에 따라 언제고 미국으로부터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고 그는 분석했다. 일단 자금의 도피현상이 일어나면 남미형의 선례를 따라 전면적인 국제수지 위기가 미국을 엄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맨 교수는 『미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불황』이라며 무역분쟁도 물론 심각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지만 설사 세계무역을 절반으로 축소시킬 관세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위해는 가벼운 불황으로 인한 타격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경제의 앞날에 긍정적 뉴스도 없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지적했다.
현재 미 경제가 안고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생산성이 다시 되살아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다행스러운(?)점은 미국 사람들의 물질적 기대가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든 사실이라고 풍자적으로 지적했다. 생산성 향상이 년 1% 정도에 불과하고 ▲시간당 실질임금이 70년대와 80년대에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고 ▲절대빈곤층이 증가하고 ▲미경제가 어떤 측면에서는 세계경제에서 3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그는 평가했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20년전에 발생했다면 경제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이를 큰 재난으로 생각했을 것이며 심각한 정치문제로까지 번졌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놀라운 사실은 오늘날 우리의 이같은 경제상황을 대부분 성공으로 생각하고 있는 점』이라고 크루그맨 교수는 환기시켰다. 『우리의 현 경제적 성과는 과거 같으면 재앙이었을 것』이라고 개탄한 그는 그런데도 사람들은 극심한 불황이나 인플레에 직면하지 않는 한 미 경제정책을 성공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현실을 『기대축소의 시대』로 규정했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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