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전작권 걱정하면 냉전수구라는 김근태 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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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어제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냉전 수구 세력의 욕심이 껍질을 벗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단독 행사 반대가 "재집권을 위한 정권 획득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자주 듣던 소리다. 이 정권의 사람들은 할 말이 없으면 '냉전 수구'를 끌고 들어온다. 전작권 문제와 냉전 수구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냉전 수구이기 때문에 전작권을 문제 삼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 안보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여당 대표라는 사람의 인식이 이런 식이니 이 나라의 안보가 정말 위태롭다.

그는 "생각이 다르면 집권한 뒤 (전작권을) 다시 (미국에) 반납하면 될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외교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번복할 수 있는 장난거리인가. 한번 집권했다고 안보 문제를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수는 없다. 안보는 조그만 착오만 있어도 국민과 국가의 존망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가 없다. 같은 자리에 있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도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모든 문제에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인정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입으로만 합의를 외칠 뿐 국민적 합의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한 일이 뭔가.

중요한 것은 우리의 안전이다.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또 여야 중 누가 유리하냐의 차원도 아니다. 논의의 쟁점은 분명하다. 전작권을 단독 행사할 수 있는 준비는 돼 있는지, 언제까지 그 준비를 마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또 그에 소요되는 예산은 얼마나 되며, 그것을 부담할 능력은 갖추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야 전작권을 언제부터 단독 행사할지 결정할 수 있다.

이런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는 회피하면서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수구 냉전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정략적이며 음모적이다. 국민의 불안을 이념 싸움으로 환치시키려 획책한다. 나라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도 여당 대표는 이념 타령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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