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BS의 '다양성' 실험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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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TV 개편을 관통하는 철학은 다양성이다. 대상 시청층은 물론 프로그램의 주제와 제작 주체도 매우 다양하다. "(이원군 편성본부장)

20일 열린 KBS 가을 개편 설명회에서 이본부장은 11월 3일부터 단행할 가을 개편의 특징을 다양성으로 규정했다. 이본부장 말대로 2TV는 10대 중심의 오락 일변도 프로그램에서 시사정보.교육.경제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다각화했다. 연예인의 신변잡기와 개인기에 의존했던 주말 버라이어티 쇼를 없애고 그 자리를 '일요일은 101%'와 '스펀지''체감경제 황금의 시간'같은 교육.정보.경제를 앞세운 신개념 오락 프로그램으로 채운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외형적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2TV가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획일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대개의 프로그램이 공익적인 내용을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전달하는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발견하자는 취지로 만든 교양물 'TV교과서 학교야 놀자'도 소재의 참신성을 빼면 여느 오락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향점은 학생과 교사 중심이라지만 신구 세대를 대변하는 연예인과 국어강사 서한샘 등 연예인급 유명인을 패널로 등장시킨다.

이처럼 오락 프로그램은 교양의 공익성을 좇고 교양은 연예인을 동원하는 오락의 흡인력을 따르다 보니 오락물과 교양물이 구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체감경제 황금의 시간'과 '성공예감 경제특종'등 신설한 경제 프로그램이 워낙 많아 아이템 중복의 위험성도 있다.

이런 여러 문제점 때문에 이번 개편도 지난 봄 개편의 우를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 6월 의욕적으로 신설한 '연작 에세이 어머니''긴급구조 119''시민 프로젝트 나와주세요'가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이번에 이런 저런 이유로 없어졌다. 그러나 정연주 사장은 개편설명회에서 "제작 여건상 짧은 기간에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며 "긴 호흡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드라마국.예능국.교양국 PD들로 구성된 전략기획팀을 곧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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