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간여 숨막히는 추격/택시강도 잡은 택시운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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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인조 깨진 병 감춘채 다른 차 탑승/추격중 의경 태우며 기지 발휘/용감한 시민상에 추천
30대 택시운전사의 기지와 용감한 시민정신이 10대 떼강도 3명을 2시간여의 추격끝에 모두 붙잡았다.
20일 오전3시30분쯤 서울 마곡동 5 주택가 골목길에서 택시강도를 하던 윤모군(16ㆍ공원ㆍ전과2범) 등 10대 3명이 서울역앞에서부터 2시간동안 추적해간 영보운수소속 서울1 사9364호 택시운전사 박명렬씨(33ㆍ서울 상계1동),의경ㆍ방범대원과 격투끝에 모두 붙잡혔다.
경찰은 운전사박씨를 용감한 시민으로 표창을 상신했다.
◇단서=운전사 박씨는 20일 오전1시30분쯤 서울역앞 포장마차에서 밤참을 먹다 옆자리 청년 3명이 깨진맥주병을 주머니에 숨겨 나가는 것을 보고 떼강도임을 눈치챘다.
범인들이 서울역앞 정류장에서 택시(운전사 박병순ㆍ33)를 타는 것을 본 박씨는 자신의 택시를 몰고 뒤쫓기 시작했다.
차에 오르면서 다른 택시운전사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함께 따라가자고 제의했으나 그들은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고 모두 외면했다.
◇추적=범인들이 탄 택시는 종로4가앞까지 갔다가 갑자기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는 등 행선지가 갈팡질팡하는 듯 했다.
앞택시가 신호대기로 멈춘사이 박씨는 종로2가 파출소 방범대원 이남현씨(42)를 재빨리 태운뒤 미대사관앞에서 근무중이던 이재광의경 (21)도 태워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범인들이 탄 택시는 시내를 빙빙돌다 오전3시30분쯤 서울 마곡동 주택가의 으슥한 골목길에 멈췄고 예상했던대로 운전사의 비명이 들렸다.
범인들이 깨진 맥주병으로 운전사를 위협,현금 3만1천원을 빼앗은 것이었다.
30m쯤 떨어진 골목길에 숨어 이를 지켜보던 박씨일행이 곧바로 범인들을 덮쳤고 전혀 눈치를 못채고 있던 범인들은 당황한듯 맥주병을 휘두르며 대항했으나 이의경이 사과탄을 터뜨리자 모두 붙잡혔다.
강도당한 운전사 박병순씨는 『누군가 나를 도와주리라고는 상상치 못한채 범인들과 일행인줄 알고 차를 버리고 달아났었다』며 2시간후 경찰에 출두했다.
◇운전사 박명렬씨=박씨는 83년 마산에서도 2인조 택시강도를 붙잡아 상을 받은 적이 있는 용감한 시민이다.
83년 상경,토목업을 하다 실패한후 7개월째 다시 택시운전사로 일해왔다.
박씨는 보증금 50만원에 월5만원짜리 상계동 단칸방에서 부인,10세된 아들과 함께 살고있다.
◇범인들=이들은 최근 서울 남대문시장 술집에서 알게된 사이로 공원ㆍ점원 등으로 일하고 있으나 모두 주거부정으로 되어있다.
이들은 19일 오후10시쯤 편싸움을 벌여 남대문경찰서에 연행됐다 2시간만에 훈방되면서 강도를 모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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