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토피아 시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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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1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CTF 기술과 40나노 32기가 낸드 플래시메모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은 11일 32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메모리 개발을 발표하며 "플래시토피아 시대가 온다"고 선언했다.

엄지손톱만 한 플래시메모리에 문자와 사진.음악.동영상 등 일반인들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아 저장했다가 자유자재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혁명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고용량 칩의 생산으로 가능해지는 변화다.

◆ 일상생활을 바꾼다=32Gb 칩 8개를 모아 32기가바이트(GB) 용량의 메모리칩을 만들 수 있다. 내년부터 32Gb 칩의 양산에 들어가면 음악 8000곡을 담을 수 있는 MP3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또 24시간 동영상 1주일분을 저장할 수 있다. 황 사장이 지난해 "창조적인 생각과 가족들에게 정을 주는 일을 뺀 나머지는 모두 플래시메모리에 맡겨라"고 선언했던 일이 1~2년 안에 현실로 나타날 상황이다.

칩 16개를 모으면 현존하는 최고 용량인 64GB 메모리카드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3만6000장 또는 DVD급 영화 40편(64시간 분량)을 한꺼번에 저장할 수 있다. 메모리카드 여러 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카드에는 또 전 세계 5대양 6대주의 지리정보를 모두 담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저장하면 지도책 한 장 없이 세계일주가 가능하게 된다. 이 카드 열 장이면 국회 도서관의 장서 220만 권을 저장할 수 있다. 그야말로 '손 안의 도서관'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 급성장하는 플래시 시장=32Gb 칩으로 만든 128GB 용량의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는 기존 1.8인치 하드디스크(HDD)를 대체하게 된다. SSD를 사용한 노트북컴퓨터의 부팅 시간이 10초로 기존 제품의 5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충격에 강하고 소음도 전혀 없다. 플래시메모리의 최대 단점은 HDD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황의 법칙'대로 매년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면 SSD처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갈수록 늘어난다.

실제로 황 사장은 "플래시 가격이 최근 1년간 60% 떨어졌지만 수요 급증으로 지난해 시장 규모는 예상보다 35% 늘어난 111억 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35억 달러인 낸드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32Gb 제품이 본격 출시되는 2008년에는 231억 달러, 2010년이면 271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40나노 기술이 본격 도입되는 2008년부터 5년간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추가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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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우.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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