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역풍」대응 변신 시도/이 공산당 전격해체 결정의 내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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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7년부터 입지 흔들려 “오체토의 대도박”/「민주대중당」으로 거듭나기 다짐
서유럽 최대를 자랑하던 이탈리아공산당이 연말께 「붉은 깃발」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의 모태였던 소련과 동유럽공산당의 연쇄적인 몰락의 여파가 이탈리아공산당의 변신을 재촉한 것이다.
이탈리아 공산당은 최근 거점 도시인 북부 볼로냐시에서 오체토 당서기장 주재로 열린 4일간의 특별전당대회에서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당노선을 근본적으로 탈피,사회주의 민주대중정당으로의 환골탈태를 압도 다수로 가결했다.
서방언론들이 「오체토의 도박」이라 부르고 있는 이탈리아 공산당의 당해체 선언은 지난해 11월 당중앙위가 당명과 당기를 바꾸기로 잠정 결의한 때부터 예상되어 오던 일이긴 했다.
그러나 서유럽 공산당중 가장 많은 1백40만명의 당원과 27%의 높은 지지율을 획득,리더역할을 해온 이탈리아 공산당의 해체선언은 가뜩이나 내리막길의 「유러코뮤니즘」에 충격과 함께 진로수정을 「강요」하는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76년 총선에서 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집권 기민당을 위협했던 공산당은 이후 점차 인기가 하락,87년 총선에서는 지지율이 급락,2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와함께 92년말로 예정되어 있는 EC(유럽공동체)통합을 앞두고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좌파세력 연합의 필요성도 공산당 해체를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녹색당ㆍ가톨릭당및 각 여성운동ㆍ환경보호단체와 기타 좌익성향의 단체들을 규합,「좌파주도의 유럽」에 대응할 사전 정지작업의 필요성을 절감케 된것이다.
이탈리아 공산당은 이런 상황을 고려,지난47년 창당이래 19번째 열린 이번 전당대회에 처음으로 동유럽의 「형제 공산당」을 초청하지 않고 그대신 기민당ㆍ사회당등 국내 정당대표들을 초청,자신들의 변신을 지켜보도록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공산당의 해체와 사회주의당으로의 전환이 곧바로 「집권의 첩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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