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아파트 '개명 벌금' 효과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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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외벽 도색작업을 한 서울 동부이촌동 한강대우아파트는 대우건설 아파트의 새로운 브랜드를 빌려 아파트 명칭을 '한강푸르지오'로 바꿨습니다. 당산동 현대 5차는 '현대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로, 인근 금호베스트빌은 '금호어울림(금호건설)'으로 변신했지요.

건설회사의 최신 아파트 브랜드를 내걸면 아파트가 지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아파트 명칭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는 이처럼 아파트 명칭을 바꾸는 게 쉽지 않게 됩니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각 시.도에 공문을 보내 부적절한 공동주택의 표시(명칭) 변경을 허용하지 말도록 주문했습니다.

건축법상 아파트의 명칭 변경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예컨대 증축이나 개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건축물의 내용이 바뀔 때는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외벽에 새 이름을 달거나 단지 명칭을 바꾸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럴 경우엔 건축물 대장과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아파트 명칭도 바뀌게 됩니다. 문제는 아파트 명칭을 변경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주민들의 민원에 못 이겨 지자체가 명칭 변경을 허용해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뒤늦게 건교부가 지자체에 공문을 보낸 건 지자체가 주민들의 명칭 변경 요구에 대해 더욱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선거로 뽑히는 지자체장이 민원이라는 압력을 이겨내고 철저하게 규정대로 명칭 변경을 거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명칭 변경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지자체가 명칭 변경을 허가할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와 달리 지자체의 명칭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민들이 임의로 외벽 등의 명칭만 바꾼 경우에 대해선 건교부가 제재를 할 수 있습니다. 건교부는 이런 경우 지자체가 아파트 단지에 원상복구를 명령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500만원의 과태료 외에 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에 아파트 명칭을 바꿔 얻을 수 있는 이득이 500만원보다 크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건교부의 이번 조치를 '엄포'로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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