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이셋맞벌이] 아이 생각, 상사 눈치…"퇴근 시간이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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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선배, 오늘 7시에 송별회 한대요."

외근을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난감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퇴근할 때까지도 계획이 없었고, 아침에도 아무 말 없었는데 갑자기 무슨 회식? 다른 사람은 별 문제가 아닌 이런'갑작스러운 일정'이 엄마가 된 이후엔 참 어려운 문제가 됐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송별회니까 빠지기도 미안하고, 참석하자니 오늘은 남편도 늦는다고 했는데 친정엄마 혼자 아이 셋 보느라 너무 힘들어하실 게 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축내면서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속으로는 송별회 포기로 결론을 내리긴 했다. 하지만 팀장 이하 동료에게 사정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회사에 비해 출퇴근이 자유롭고, 동료가 모두 여자라 잘 이해해주는 편이긴 해도, 소심한 성격 탓인지 이런 일이 있으면 마음이 무겁고 미안한 건 사실이다.

생각해 보니 엄마가 된 이후론 퇴근 시간이 제일 무서워졌다. 일찍 퇴근하자니 상사나 동료가, 늦게 가자니 아이 돌봐주는 사람의 눈치가 보여 항상 안절부절 못하게 된 것이다. 사실 퇴근 시간에 맞춰 일을 끝내기 위해 더 계획적이고 능률적으로 일하게 된 것도 사실인데, 아직도 우리네는 일찍 퇴근하면 일을 덜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는가.

아무튼 어렵사리 말을 하고 퇴근하는 버스 안, 창 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 여자의 나지막한 전화음성이 들렸다.

"엄마, 저 집에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이는? … 그래 엄마야. '엄마' 해봐. 엄~마. 호호호호. 엄마 빨리 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어."

어쩌면 이리도 나랑 비슷할까?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맞벌이 엄마는 그러니까, 다 똑같은 처지인 거다. 나랑 비슷한 동지와 같은 버스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무거웠던 마음이 어느새 가벼워졌다. 그리고 갑자기 아이들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져 전화를 걸었다. "건백아, 엄마야. 호호호호."

박미순 레몬트리 기자

■ 맞벌이 엄마의 인맥 쌓기

①싸이월드 여성인맥 1%(http://club.cyworld.com/w-leader)

퇴근 이후의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맞벌이는 친구 만나는 일도 어렵고,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친해지는 일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듯싶다. 하지만 인맥관리가 화두가 되는 요즘, 안 되겠다 싶어 전문직 여성들의 인맥 사이트에 최근 가입했다. 아직은 분위기만 보고 있는 상태.

②요리사이트 출출닷컴(www.choolchool.com)

가끔 모임을 갖고 함께 요리도 배우고,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에서 음식도 먹으면서 친분을 쌓는 곳. 시간이 나질 않아 참석해 보진 않았지만, 취재를 핑계로 만나서 친분을 쌓아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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