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폐기 처분 닭고기 수천kg 불법 가공 '현장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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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농협이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처분해야 할 닭고기 6t 가량을 양념 닭갈비로 가공해 유통하려한 현장이 뉴시스 취재진에 의해 적발됐다.

가공된 양념 닭갈비 대부분은 5000여 명의 조합원들에게 추석 선물로 지급될 계획이었으며 일부는 일반인들에게도 판매될 예정이었다.

지난 9일 오전 뉴시스 취재진이 수원시 오목천동에 위치한 '수원농협 양념갈비 가공공장' 현장을 확인 결과, 공장 안에서는 10여 명의 직원들이 제조일자가 '2005년 9월 2일'이라고 적힌 닭고기 수백 상자를 쌓아놓고 양념 닭갈비를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냉동 닭고기의 경우 유통기한이 1년으로 규정돼 있어 이날 농협 측이 손질하고 있는 닭고기는 모두 폐기해야할 제품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유통기한이 지난 20kg 분량의 닭고기 200 상자(4t 분량)를 해동 후 양념 닭갈비로 가공할 계획이었다.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4t 중 2t 가량은 이미 가공이 완료된 상태였다.

이들은 이날 가공한 양념 닭갈비를 1.2.3kg짜리 상자 1500여 개로 나눠 포장해 다시 냉동시킬 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가공공장 냉동실에는 이미 지난 7.8일 작업해 냉동보관 중인 3kg짜리 양념 닭갈비 수백 상자가 보관돼 있었다.

이 역시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 1690kg을 손질해 만든 것이다.

농협 측은 이날 가공된 양념 닭갈비를 수원농협 조합원 5157명에게 추석 선물로 지급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으나 일부는 시중 농협 매장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할 계획이었다고 시인했다.

작업반장 김모씨는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 6t 가량을 나흘에 걸쳐 양념 닭갈비로 가공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 같은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합원 김모씨(63)는 "농협이 이제 조합원들까지 속이려 하다니 어이없다"며 "명절 때마다 보내주던 선물상자가 모두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보낸 것 아니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농협 양념 갈비 가공 공장장은 "공장장에 부임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이번 작업에 대해 전혀 보고받은 것이 없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로 가공한 양념 닭갈비 6t 가량을 전량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농협 양념 갈비 가공 공장은 수원농협이 양념 갈비와 양념 닭갈비 등을 생산하기 위해 만든 공장으로 여기서 생산되는 양념 닭갈비는 농협 하나로마트 등 전국 12개 농협 매장에서 일반인에게 판매된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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