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장벽」본 소 기자/관측 포대경은 보지도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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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장벽보다 보안법이 더 단단”
북한측이 주장하고 있는 콘크리트장벽의 실재 여부를 확인키 위해 입국한 소련관영 타스통신 동경지국장 쿠츠코씨가 9일 중부전선 ○○사단을 방문했다.
쿠츠코씨는 안내장교가 6ㆍ25 때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탱크로 밀고 내려왔다고 설명하자 『그렇다면 종전 후에 곧장 설치하지 않고 왜 20여년이 지난 78년에야 설치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안내장교는 『북한군의 기갑전력이 점점 높아져 그때부터 설치필요성이 절실해졌고 경제력도 감안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츠코) 북한쪽에도 대전차장애물이 있고 한국군이 매일 관측하고 있는데 북한군전차가 내려오기는 힘든 것 아니냐.
▲(안내장교) 만약 적이 남침을 감행하려든다면 그들이 설치해놓은 장애물은 아무 문제가 안되는 것 아니냐.
­북한군이 실제로 내려올 가능성은.
▲그것은 오직 김일성만이 안다.
안내장교가 이어 남침 가능성의 근거로 땅굴을 예로 들자 쿠츠코씨가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구,안내장교는 『김일성이 땅굴 1개는 핵폭탄 1개와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쿠츠코씨는 이날 우리측 군관계자들이 포대경을 통해 북측이 설치한 대전차장애물 등을 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자 『대전차장애물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내가 왜 봐야 되는가. 당신들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것이냐』고 말하곤 실제로 보지는 않았다. 안내장교가 쿠츠코씨에게 『저기 보이는 벽이 베를린장벽 같은 것이냐,아니면 대전차용으로 보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쿠츠코씨는 『김일성이 「휴전선 남쪽에 콘크리트벽이 있다」고 말했다』고 엉뚱하게 대답했다.
쿠츠코씨는 이어 『남북이 함께 콘크리트 장벽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해 우리측 기자들이 『그래도 어느 쪽이 더 책임이 있느냐』고 묻자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콘크리트벽보다 더 단단해 보인다』고 응수했다.<중부전선=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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