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세습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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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달 김정일에 주석직 이양” 일 통신 보도로 관심/강택민 방북때 구체내용 드러날듯/개혁바람 잠 재우려는 제스처 설도
북한 김일성이 자신의 78회생일인 4월15일이후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겨주기로 중국 정부에 통보했다는 일본 교도통신 보도가 내외의 관심을 끌고있다.
김정일에게 「무언가」권력이 이양된다는 징후는 지난해부터 가시화됐다고 볼수있다.
평양축전준비를 김정일이 주도적으로 관장하고,처음으로 외국신문(쿠바의 그란마지)과 인터뷰를 해 정책기조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평양신시가지 건설현장에 나타나 「91년말까지 5만가구의 주택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앞서 김일성이 11월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도 세습체제의 원활화를 위한 정치작업으로 볼수 있다.
금년들어서는 이같은 「김정일체제」구축을 위한것으로 보이는 작업이 가속화 됐다.
최고인민회의 의장인 양형섭은 1월초 소련이즈베스티야지와의 인터뷰에서 「혁명은 대를 이어 게속되는것인만큼 수령도 이런 사회원칙에 따라 교체되어야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수령교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었다.
제9기 최고인민회의는 6개월 앞당겨 4월22일 개최한다고 발표했었다. 이렇게볼때 늦어도 오는 4월말까지는 모종의 권력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이 간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양식으로 권력변동이 이루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김일성이 갖고있는 지위는 국가주석ㆍ총비서ㆍ군사위원회위원장등이다.
그중 총비서와 군사위원장은 당대회에서,국가주석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각각 선출토록 돼있다.
따라서 만약 김일성이 권력 일부를 이양한다면 국가주석일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볼수있다.
김정일이 어느정도 권력을 이양받느냐는 것은 장쩌민중국공산당총서기가 북한을 방문했을때 보다 확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즉 김일성과 장쩌민과의 단독회담때 김정일이 배석하느냐의 여부및 김일성이 후계문제에 대해 어떤내용의 언급이 있느냐에 따라 돌아가는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김정일과 장쩌민과의 단독회담 성사여부도 변수가 될수있을 것이다.
북한이 최근들어 김일성후계체제와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데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는 70년대초부터 추진해온 권력세습을 위한 대내외적환경이 완전히 마무리되어 실제로 권력을 이양해 나가겠다는 의지표시다.
또 하나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개혁ㆍ개방바람과 경제난등을 회피,타개하기 위한 형식적인 움직임­
결국 북한은 이 양면성을 면밀히 분석해나가면서 그때그때마다 정책결정을 내린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일성이 4월에 권력을 이양하느냐의 여부,이양한다해도 등소평과같이 당총비서나 군사위원장직은 유지할지는 좀더 두고봐야할 것같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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