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측근들 '역사 왜곡' 발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9.11 테러를 다룬 ABC-TV 다큐멘터리에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고위 관료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샌디 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클린턴 관료들은 2부작 다큐멘터리 '9.11에 이르는 길(The Path to 9.11)' 방영을 앞두고 ABC에 서한을 보내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력 항의하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ABC가 부정확한 사실이 방영되지 않게끔 사전에 문제의 시리즈를 보게 해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묵살했다"며 "왜곡된 내용을 수정하거나 방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이 왜곡됐다고 지목된 사안은 여러 대목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내가 아프가니스탄 폭격 전, 파키스탄 정부에 공격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뒤 직접 통보한 것으로 돼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버거 전 보좌관은 "오사마 빈 라덴을 공격해야 한다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주장을 내가 거부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 같은 왜곡은 어떠한 명분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시각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클린턴이 테러리즘의 위협을 과소평가한 것처럼 돼 있으나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BC의 모회사인 월트 디즈니사의 로버트 이거 회장은 "편집 중인 프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성급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오는 10, 11일 이틀간 방영될 이 미니시리즈는 5시간 내내 광고 없이 나갈 예정인 대작이다.

제작비 4000만 달러(380여억원)를 들여 만든 이 다큐멘터리성 드라마는 300개 이상의 세트를 이용해 제작됐으며 250건의 증언이 삽입돼 있다. 또 5시간용 프로를 만들기 위해 550시간 분량의 필름이 사용됐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