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섬유시장 앞당겨 개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자국의 취약 분야인 섬유시장의 개방 속도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섬유를 필두로 상품.농산물 분야에서 '주고받기 식'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은 그러나 서비스 분야의 개방 확대를 위해 한국 측에 케이블.위성 TV의 외국인 투자 제한을 없애고, 외국 자산운용사에 대한 위탁 투자를 전면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3차 본협상 이틀째인 7일 저녁(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섬유 분야 시장 개방안을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수정안이 곧 우리 측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당초 자국 섬유시장을 최장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방하되 전체 품목의 60%를 개방제외 품목으로 제시했으나, 우리 측은 5년 내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미국의 입장 변화로 쟁점 분야였던 상품 분야는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대신 미국 측이 꾸준히 요구해온 섬유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제도)' 도입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졌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품목별로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됐다. 미국은 대한(對韓) 수출 규모가 크면서도 한국 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콩.옥수수.밀 등부터 시장 개방 논의를 먼저 하자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

방송업의 경우 케이블 TV(49%).위성 TV(33%)의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미국 측은 요구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의 투자 허용에는 '관심을 덜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애틀=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