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스 빠른 발에 양키스 얼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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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괴물 같았다. 어두운 회색에 폭 넓은 보라색 줄무늬가 새겨져 있는 그것은 무척이나 빠르고 높게 도약하곤 했다. 릴이 타들어갈 정도로 힘차게 헤엄치고, 선회하고, 숨고, 뛰어오르기를 15차례. 거센 물보라 속의 엄청난 지구전이었다."

1930년대 미국의 소설가 젠 그레이는 '청새치(Marlin)'바다낚시를 하던 상황을 위와 같이 묘사했다. 그리고 70여년이 지난 2003년 바다에서 뛰쳐나와 녹색그라운드를 휘저은 플로리다의 청새치(말린스)는 전통의 양키스타디움에서 그 엄청난 스피드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메이저리그 팀 도루 1위(1백50개) 말린스가 19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뛰는 야구'를 앞세워 3-2로 승리, 7전4선승제의 기선을 제압했다. 미국의 스포츠뉴스 사이트 CNNSI가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Speed never slumps)'라는 헤드라인을 뽑았을 정도로 말린스의 스피드는 뛰어났다.

말린스는 1회초 시작과 함께 후안 피에르(시즌 65도루, 리그 1위)의 번개 같은 번트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루이스 카스티요의 히트 앤드 런이 적중해 무사 1,3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3번 이반 로드리게스의 희생플라이로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양키스가 3회말 데릭 지터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자 말린스는 5회초 또 한 번 스피드를 앞세워 2점을 달아났다. 제프 코나인의 볼넷과 후안 엔카나이시온의 안타, 알렉스 곤살레스의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후안 피에르가 들어서자 상대수비는 빠른 발에 대비한 수비를 펼쳤고, 피에르는 보기좋게 그 사이를 헤집고 좌익수 앞쪽으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3-1의 리드를 잡은 말린스는 6회말 양키스 버니 윌리엄스에게 솔로홈런을 허용, 3-2로 쫓겼으나 돈트렐 윌리스.우게스 어비나로 이어지는 구원투수진을 투입, 양키스의 추격을 막아냈다.

두 팀은 20일 2차전에서 마크 레드먼(말린스)과 앤디 페티트(양키스)를 선발로 내세운다. 양키스는 홈에서 일격을 당했지만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모두 1차전을 내준 뒤 역전으로 시리즈를 거머쥔 바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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