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생선회 돈값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양식보다 3~4배나 값이 비싼 자연산 생선회가 값만큼 실속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맛의 차이를 느끼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데다 영양 측면에서는 양식이 오히려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조사한 결과 자연산과 양식 생선회를 표시 없이 먹었을 때 그 차이를 미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10명 중 1명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산 회의 육질이 양식보다 10% 정도 단단해 육질이 쫀득쫀득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지만 막상 이를 미각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수산과학원은 자연산 생선이 그물에 걸렸을 때 빠져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 실제 회로 먹을 때는 육질의 단단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넓은 바다에서 자라다 소비지로 이동하는 과정이나 식당에서 좁은 수조에 갇혀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실제 소비 과정에서는 육질이 더 물러져 양식 회와 별 차이가 없게 된다고 밝혔다.

영양면에서는 양식 생선회가 자연산보다 미네랄.비타민.EPA.DHA 등을 더 많이 함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넙치(광어)의 경우 자연산 회는 심장질환 예방에 좋다는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를 1백g당 17.4㎎, 6.9㎎씩 함유한 반면 양식 회는 20.5㎎, 9.6㎎ 함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식업자들이 생선을 빨리 키우기 위해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수산과학원은 설명했다.

강무현 수산과학원장은 "자연산 생선회가 양식보다 더 쫀득쫀득하다고 느끼는 것은 기분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실속파들에겐 싼 값에 영양도 풍부한 양식 생선회가 낫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