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원조 DJ' 12년 만에 국내방송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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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튠쇼''0시의 다이얼' 등 숱한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왕년의 인기 DJ 최동욱(崔東旭.67)씨가 12년 만에 국내 방송에 복귀한다.

崔씨는 20일부터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TBN 교통방송(수도권 100.5MHz)에서 '최동욱의 미드나잇 스페셜'을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방송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TBN 측은 "청취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여전히 崔씨에 대한 향수가 많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崔씨를 간곡히 설득해 모셔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TBN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7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젊어 보였다. 특유의 곱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여전했다.

"제가 주로 1950~60년대 올드팝을 위주로 선곡하잖아요. 그런 음악을 접하다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고, 그래서 마음이 젊다보니 몸도 그렇게 돼가는 것 같아요."

崔씨는 동아방송이 개국하던 1960년 프로듀서로 입사하면서 방송계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프로듀서와 방송작가.아나운서가 철저히 분화해 있던 시절이었다.

"64년 어느날 내가 맡은 프로그램의 아나운서가 돌연 펑크를 냈어요. 갑자기 다른 사람을 섭외할 수도 없어 얼떨결에 제가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게 DJ가 된 시초였죠."

그날의 방송 사고 덕분에 그는 음악을 선곡하고, 직접 대본도 쓰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라디오 프로그램 '탑튠쇼'를 만들게 된다.

이후 아직 낯설었던 DJ 개념을 확립하면서 그는 국내 최초 DJ로 자리잡았다. 그가 등장한 이듬해에 이종환씨가 DJ로 데뷔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면서 한국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은 '르네상스 시기' 를 맞았다.

"하루에 수백통의 엽서가 쌓였어요. 지금으로 치자면 팬레터 같은 것도 많았고요."

자동차에 각별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70년대 초반부터 일간지 등에 자동차 관련 칼럼을 싣기도 했다. 85년부터 6년간은 KBS의 교통정보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를 진행하다 9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도 崔씨는 LA 지역 한인방송에서 DJ로 일해왔다.

"미국에 있다 보니 더욱 느끼는 일이지만, 라디오는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꾸 어떤 코너를 만들어 청취자들에게 무언가 들을 것을 강요하면 안 되는 것이죠. 제 방송도 청취자들이 편안한 프로로 꾸밀 계획입니다. 내년이면 DJ 인생 40년입니다. 귀가 열리면 마음도 여유를 갖게 되거든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보다 한국인의 숨어 있는 감성을 개발할 수 있는 음악을 틀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후배 DJ 중엔 배철수씨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글=최민우,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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