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엔貨로 빌린 돈 1조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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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금융사들이 엔화로 빌린 대출금 규모가 1조엔에 달해 원-엔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엔화를 차입한 기업의 환차손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엔화 대출은 모두 1조엔, 원화로는 10조6천8백억원(17일 환율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원-엔 환율이 1백엔당 1천68원대로 지난해 말(9백99원대)에 비해 6.8%나 뛰어올라 현재의 원-엔 환율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엔화 대출자들의 올해 환차손 평가액은 6천8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달 22일까지의 올해 평균 환율이 1백엔당 1천40원 안팎임을 고려할 때 아직은 엔화대출자들이 버틸 만하지만 앞으로 평균 환율이 1백엔당 1천50원을 넘을 경우 금리 차이로 인한 이득이 모두 날아가면서 적지 않은 환차손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만기가 도래한 엔화대출에 대해 상환능력에 문제가 없을 경우 모두 만기를 연장해주는 한편 원화 대출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은행들은 종전엔 엔화대출의 만기가 닥치면 전체 대출금의 10~20% 등 일부를 상환받고 나머지를 만기 연장했으나 지금은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일부 상환 없이도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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