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에 짓눌린 삶의 아픔을 그려|기형도 유작단편『환상일지』햇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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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절시인 기형도의 유작 단편『환상일지』가 발굴돼 『동서문학』 3월호에 게재됐다. 이 작품은 기형도가 연세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83년3월에 쓴 것으로 유작 작품집을 내기 위해 그의 유품을 뒤지던 중 발견돼 햇빛을 보게됐다.
2백자원고지 91장 분량의 이 단편은 비극적 세계관을 지닌 주인공이 자살한 친구를 찾으러 C읍행 기차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C읍을 찾아간 주인공의 행적은 때문에 몽환적일 수 밖에 없다. 막막한 권태와도 같은 생의 무게에 짓눌린 젊음의 아픔이 그의 유작시들에서 보이는 만큼이나 처절하면서도 환상적으로 처리돼 나타나고 있다.
『환상일지』를 분석한 문학평론가 김선학씨는『이 시대의 탁월한 요절시인인 기형도의 정신적 궤적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며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소설가로서도 저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1960년 경기도 연평에서 태어난 기형도는 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안개』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나 89년3월7일 급환으로 29세에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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