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시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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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월분 전화요금 청구서를 받아 본 주부들마다 깜짝 놀라고 있다. 1월에 비해 시내 통화료가 20∼30%, 많게는 80%까지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이미 1월1일부터 시내통화도 DDD요금처럼 시분제로 바뀌어 3분마다 25원씩 계속 가산 된다는 것을 대부분의 주부는 알고 있었다. 그동안 전화하는 횟수를 줄이고 긴 통화를 자제해 왔으며 자녀들의 통화가 길어질라 치면 야박스럽게 『끊어라 끊어. 3분 다 돼간다』며 핀잔을 주던 주부들 이었기에 일종의 허탈감마저 갖게 되는 것 같다.
전화 통화의 즐거움에 대해 어떤 주부는 이렇게 예찬한다.『일일이 밖으로 나 다닐수 없는 주부들에게 가장 빠르고 생생한 정보교환 수단이며, 사무처리 기구이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와 만족을 거두는 정신과의사 이기도 하다』라고.
잠시의 여유를 난데없는 3분 통화제로 인해 빼앗겨버린 억울함을 만회하기 위해 주부들은 전기통신공사를 향해 이런 제안을 했다.
즉 시외통화처럼 시내통화도 야간할인과 주말할인제도를 도입해 마음 편히 통화 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오전9시∼낮12시의 전화 러시아워소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시분제를 실시하기에 앞서 체신부는 시외통화지역을 광역화하여 시외요금부담을 줄이고 기본요금체계를 조정하겠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결과는「가정용 전화요금 대폭 인상」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우리국민의 1인당 전화통화 시간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길어 전화소통률이 낮다는 발표를 읽고 나 자신의 수다스러움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최근 한 전문가의 조사를 통해 서양권에 비해 우리가 유난히 긴 통화를 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3분제가 보편적이기는 하나 6분제와 1분제를 채택하는 나라도 적지 않고, 그것은 시내통화권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와 요금구조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고 요금 인상을 앞둔 정부의 홍보성발언(?)임을 깨달았다.
이제라도 전화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외통화료를 대폭 내려 요금부담을 덜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본요금이 따로 있고 도수료가 다시 가산되는 현 요금체계에 대부분의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김성숙<소비자연맹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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