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국의 정취 넘치는 「백설의 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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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 정부가 자기나라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소련에 대해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소위 「북방 4개도서」중 중심지는 역시 구나시리섬이다. 우리나라 제주도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섬이지만 주민의 수나 문화·생활수준이 쿠릴열도의 4개 도서 중 가장 높다. 기자가 미국의 ABC방송기자와 함께 구나시리에 도착했던 지난 2월2일에도 섬 전체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유난히도 겨울이 길다는 이곳은 군사적 측면에서의 전략적 가치를 제외한다면 경제성이라곤 별로 없어 보였다. 워낙 멀리 육지와 떨어져 있는 관계로 생필품의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주거환경도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기자가 묵었던 「여관」의 객실도 스프링이 꺼져버린 침대 2개에 허름한 담요와 시트, 의자 2개, 비어 있는 소형 냉장고, 옷장 등이 전부였다. 그러나 기자와 같은 외지인들에겐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지만 7천 여명의 현지 주민들은 그다지 추위를 타지 않고 나름대로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 같았다. 백설로 덮인 구나시리섬의 풍물과 생활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글·사진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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