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살아남기 전쟁] 강사도 밤 새우며 '교재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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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는 '서바이벌 게임장'이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이곳의 강사들은 하루하루 전쟁을 치른다.

30여년간 학원강사로 활동 중인 K원장(56)은 지금도 하루 5시간밖에 못잔다. 자신의 성공 비결을 '교재 연구'라고 자신있게 말한 그는 "입시제도가 달라져도 교재 연구를 꾸준히 하니 여전히 잘된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인기를 끄는 학원강사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이 학교 교사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한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돌출 질문이 많습니다. 온갖 상황에 대비해 준비를 해야하는 만큼 실력은 기본이지요."(S원장)

대형 학원의 부원장 J씨도 "학원강사들은 밤새워 교재와 시험유형을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이곳 학부형의 '입소문'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만이 살길인 셈이다. 온실 속의 공교육과 실력 하나로 살아남아야 하는 냉혹한 사교육 현장의 차이다.

특히 철저한 학생관리는 강사들에게 필수다.

"대치동 학원의 생존전략은 별다른 게 없습니다. 아이들 성적을 관리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지고 성적이 떨어지면 학원이 문 닫아야 합니다. 그러니 학생 성적관리에 신경쓰지 않겠습니까."(국어강사 K씨)

"학원강사는 '성적이 안 오르면 다음달에는 학원 등록을 안하겠지'라며 늘 긴장합니다. 그러니까 부모의 이해를 구해 때려서라도 성적을 올리려고 하는 거지요."(보습학원 C원장)

피 말리는 경쟁을 감수하고 강사들이 대치동에 몰리는 이유는 돈만은 아니다. 이곳에서 명성을 얻어야만 다른 지역에도 통하는 프리패스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학원을 운영하는 K원장은 "경쟁이 심하다 보니 신문 삽지 광고에만 한달에 3천만원이 넘게 드는 등 실제 큰 돈은 못번다"며 "그래도 대치동에 학원을 두고 있다는 점 때문에 다른 지역에 분원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 정책기획부 정철근.강홍준.하현옥.권근영 기자, 조인스랜드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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