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뢰 상실한 동맹은 적보다 못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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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을 맡았던 조영길 전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단독행사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언론 기고를 통해 그가 지적한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의 악화된 한.미 관계에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 유사시 미국의 지원은 '신기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는 전작권 이양으로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對北) 군사행동의 자유'를 가질 때 한반도에 닥칠 수 있는 안보 불안을 고려했느냐는 점이다. 이 정권이 귀를 기울여야 할 고언(苦言)이다.

그는 '전작권 환수는 주권 회복'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상호방위조약이나 군사협정의 체결과 해지는 '주권행위'이지만, 전작권은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한 대응체제일 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미 전작권 공동행사'가 갖는 중요성을 이 정권이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1994년 북한 핵위기 당시 이에 근거한 한국의 반대로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런 맥락에서 북핵 위기도 훨씬 심각해지고, 북한이 미사일을 쏴대는 현 상황에선 '전작권 공유'가 한국의 안전은 물론 북한의 생존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으로만 '평화'를 외치는 이 정권이 정말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신뢰를 상실한 동맹은 적보다 못하다"는 언급도 경청할 만하다. '반미 시위도 좀 하고, 훈련을 못 하게 하고, 미국의 자존심을 좀 상하게 해도 미국이 변함없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는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전작권을 단독행사해도 '미국의 지원은 불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선 이를 확인해 주는 공식 언급은 없고, 오히려 방위비 동등 분담 등 다른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조 전 장관의 지적은 다른 비판논리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특히 이 정권 출범 때 국방장관을 지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런 사람이 오죽했으면 이런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게 됐는지 헤아려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