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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교사 파문 '정육면체 수박' 교육 탓 아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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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교육부는 수박 틀을 만들었고 학교와 교사.학부형들은 이것에다 거름을 주었다. 사회가 원하기 때문이니 모두들 '정육면체 틀'의 입시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인문고 3학년 담임선생은 어떻게 해서든 학생 전원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해야 하는 '전장의 장수'와도 같은 과중한 책무에 부담감을 갖게 되어 있다.

대구 어느 고교 교사의 과잉체벌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됐다는 생각이다. 학생의 잦은 지각이 문제가 됐다. 계속 내버려 뒀다가는 다른 학생들까지 통제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다시 한번 지각하면 매 200대"를 경고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학생이 또 지각을 했으니 200대라는 과잉체벌을 실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방학 중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한 명이라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매질'이라는 측면도 있겠다. 물론 그것이 범죄행위에 가까운 가혹한 체벌임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각자의 학력 차나 학습량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입시공부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인문고의 딱한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학교 현장에서의 과잉체벌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식의 폭력적 지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진단이 나왔어야 했다. 과잉체벌의 현실적 대책은 없이 교사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교육부가 '학교 내 체벌 금지'를 골자로 해서 발표한 '학생인권보호 종합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교육 현장의 정황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과 무관하게 체벌한 지도 교사들을 무조건적으로 처벌하려 든다면 그 어떤 교사가 아이들의 편에 서서 지도하려 하겠는가.

황선주 대구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