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진정한 보수세력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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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가 존재하는가.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 대다수가 스스로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고, 전체정치구도를 보수와 혁신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6·29이후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현대한국정치에서 보수주의는 성립할 수 없었다』는 정치학자의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대 박광주교수는 최근 「부산정치학보」에 발표한 논문 『현대한국정치와 정치이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박교수는「보혁논쟁의 비현실성」이란 논문의 결론부분에서 『보수주의란 지킬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현대 한국정치에서는 보수주의가 지켜야할 대상인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보수주의는 성립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수주의가 성립할수 없었던 구체적 사정은 첫째, 반공이데올로기에 근거한 권위주의적 통치이념의 영향으로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뿌리내릴 수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관료자본주의적 현실상황에서 자율적자본가계급이 성장하지 못하고 권력엘리트들도 쿠데타와 같은 탈법적인 과정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는 등 자유민주주의를 떠받칠 수 있는 기존권 위체제(establishm-ent)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박교수는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구체화되기를 기다리는 시점이며, 보수주의는 이제 민주화와 더불어 형성되어야할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그릇된 보수주의관의 사례로 김용갑 전총무처장관등이 주장했던 「신우익론」을 들고 『이들이 주장하는 보혁논쟁은 기득권의 상실을 우려하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에서 보수주의는 권위주의적 통치이념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즉 신우익은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고 있으나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권위주의통치가 계속돼온 현실에서 형성돼온 기득권을 지킨다는 한계를 갖고 있으며 지킬 가치가있는 것을 지키는 보수주의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의 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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