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라면업계 동구시장에 “군침”(해외경제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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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베를린 「컵라면 사재기」 힌트/“장래성 있다” 합작진출등 나서
작년 11월 베를린장벽 붕괴보도가 나올 즈음 일본의 라면메이커인 일청식품에 당시 그곳을 출장중이던 직원으로부터 편지가 날아들었다. 동베를린시민들이 휴지등 일용품과 함께 즉석면도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청식품은 이 메시지를 근거로 시장정보를 수집ㆍ분석해 소련ㆍ동구에 라면수출을 결정하게 됐다.
생활물자가 부족한 이들지역에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하고 값이 싼 라면은 대단한 잠재수요가 있으리란 판단이 분명히 섰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의 2대 라면메이커인 일청식품과 동양수산이 소련ㆍ동구시장 공략을 서둘러왔다.
동양측은 오는 7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의 자회사인 멀천사동부공장으로부터 연간 3천만∼4천5백만개의 즉석면을 수출키로 했으며 일청은 내년 1월부터 현재 건설중인 인도 벵가롤시의 합작회사인 인도 일청푸드사를 통해 연 4백만개씩을 소련등 동구권에 수출할 예정이다.
일청의 안등굉기사장은 『소련ㆍ동구를 포함한 구주까지 즉석면시장이 확대된다면 세계의 소비량(현재 약 1백30억개)은 두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당장은 현지에 가까운 해외법인을 통해 시장을 탐색하는 정도지만 장래에는 합작사업으로 발전될 수도 있으며 직접진출을 위한 전략의 제1보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청은 이미 몇몇 제품을 수천개씩 공산권시장에 보내 시험판매에 나섰고 인도 일청푸드사가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 3천9백만개중 약 10%를 소련ㆍ동구로 수출,개당 40엔(약 2백원)씩에 판매할 계획이다.
동양측은 일청보다 더 적극적인 공략을 짜고 있는데 현재 건설중인 미국동부시장을 위한 생산거점공장(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을 가동해 연생산량의 20∼30%를 공산권시장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일청보다 싼 개당 30엔.
일청ㆍ동양 외에도 산요식품ㆍ명성식품이 상사나 직접 현지로부터 라면수출을 「권유」 받고 이를 검토하고 있어 민주화바람을 타고있는 공산권에의 라면진출은 활기를 띨 전망이다.<일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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