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영화의 공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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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머지않아 서울에서 북한영화를 보게 되었다.
통일원은 3월부터 매주 마지막 금요일에 광화문우체국 6층에 있는 북한및 공산권 정보센터에서 북한의 극영화를 삭제없이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번에 공개되는 북한영화 가운데는 그들이 노골적으로 계급투쟁을 선동하거나 김일성 부자를 우상화한 『피바다』 『꽃파는 처녀』같은 이른바 「혁명 영화」는 제외되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비교적 진솔하게 표현한 예술성있는 작품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되었다.
다른 예술장르와 달리 영화는 그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대중에 어필하는 힘이 강하다. 그래서 김일성은 『영화는 대중을 교양하는 데서 연극보다 낫고 소설보다 나은 가장 힘있는 교양수단』이라고 강조하면서 여타 예술분야보다 영화를 중요시 하고 있다.
특히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70년대 이후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영화예술에 쏟는 정열은 가위 병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상옥ㆍ최은희씨의 납치극도 그 병적인 아집의 결과이지만 그의 『영화예술론』이란 저작은 영화제작의 이론적 지침서로 북한의 영화제작에 있어 바이블이나 다름 없다.
그뿐 아니라 김정일은 영화의 대본구성에서부터 배역선정은 물론 제작과정에서도 자주 촬영소를 방문하여 이른바 「현지지도」를 하고 있고 심지어 필름의 편집에도 관여,마음 내키는대로 첨삭을 가한다.
북한의 「명화」들은 대부분 30년대 김일성의 항일 유격활동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면 6ㆍ25당시 인민군의 「영웅적 투쟁」을 다룬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은 한결같이 장편연작으로 되어 『이름없는 영웅들』이란 영화는 무려 20부작이나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일성을 우상화한 『조선의 별』이란 영화는 현재 10부작까지 나왔는데 작품의 시대배경은 아직도 30년대말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엮어가려면 몇부작이나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북한에는 「영화실효투쟁」이란 게 있다. 이같은 목적영화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집단 관람시킨 다음 감상 소감을 발표케 하는 운동이다. 영화를 대중의 교양수단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북한영화의 일반공개는 북한주민들의 삶을 영화로나마 보게 된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 그것은 남북한의 동질성을 재확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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