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위기의식 탈출이 "공통점" |3당합당과 일자민당 비교분석 신희석 <외교안보연구원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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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의 민정·민주·공화 3당의 전격적인 합당은 지난 55년11월 있었던 일본의 자유당과 민주당이 「자민당」으로 보수통합을 한 것과 너무도 흡사한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민당의 등장과정과 이번 우리나라의 민자당(가칭)의 합당과정이 유사한 점도 많지만 근본적인 차이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50년대 전반, 미점령군에 의한 군정통치가 끝남과 동시에 일본은 이데올로기의 홍수시대를 맞이했다.
좌익학생운동이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노사분규와 각종 노동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이를 배경으로 사회당과 공산당의 활동이 적극화됨에 따라 보수정치권의 위기의식은 심각한 것이었다. 일본 보수세력의 주류와 비주류 관계인 자유당과 민주당이 통합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위기의식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같이 일본의 보수정당 통합은 좌파세력의 도전에 대한 보수세력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한국의 실례와는 상당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정치제도의 측면에서 한국은 대통령제와 단원제를 택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내각책임제와 양원제를 택하고 있는 점이다. 시기적으로도 일본은 50년대초 전후시대의 서막이라는 초기 보수정치가 출범하던 상황이었지만 90년대의 한국은 올림픽에 의한 국제적 지위향상과 아울러 민주화를 향한 선진국 대열에 발돋움하고 있는 점에서도 대조를 보인다.
국제정치적인 배경이 다른 점은 한일의 보수통합이 30여년의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50년대가 미소대립에 의한 냉전구조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시기였으나 지금의 정세는 신보수주의와 경제제일주의가 보편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의 보수통합세력의 내부적인 성격차이는 보다 선명한 대조를 보인다. 일본의 경우는 글자그대로 보수계의 주류와 비주류가 합친 보수통합이었다.
이에반해 한국은 서로 대립하는 사이로서 뿌리와 배경, 그리고 정치지도자를 전혀 달리하는 여당과 야당의 통합이라는 특징을 갖고있다.
현대 일본정치를 주도해오고 있는 자민당은 자민당의 내부 안정이 일본 정치의 안정을 의미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민당 정권은 다른 나라의 집권당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정치행태를 보여왔다. 그 하나가 당내의 주요 파벌에 의해 정치적 견제와 균형이 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민당정권은 이와같은 파벌정치에 그 기초를 두고있지만 당내의 민주화와 안정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총리후보가 될수 있는 5명의 파벌 영수가 부단히 존재함으로써 권력이동을 비교적 용이하게 하며 이것이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가능케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권교체를 둘러싸고 엄청난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온 한국에서 새롭게 출범한 보수통합세력이 이같은 과제에 어떤 접근방식을 취해 나갈지가 주목되는 점이다.
일본자민당정권의 특징과 장점을 한국 정치구도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는 매우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첫째, 정치제도와 정부형태의 측면에서 내각책임제와 양원제의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모색하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수십년간의 보수정치를 통한 해당지역의 지주·학자·지식인등 부르좌인맥에 그 공통분모로서의 뿌리를 두고 있는 자민당의 통합논리를 여야당 통합의 한국적 논리에 어떻게 적용시킬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는 자민당 정권과 같이 당내의 서로 다른 다양한 목소리를 어느정도까지 상호인정할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밖에도 비호남 세력과 호남 세력으로 점철될 지역주의가 어떻게 해결되는가 하는 점도 중요한 정치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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