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GM대우 '빨리빨리' 쌍용차는 '만만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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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GM차이나 사장 출신으로 그리말디 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온 필립 머터우 쌍용차 공동대표는 출발부터 곤욕을 치렀습니다. 지난달 11일 대표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때부터 노조가 반대 투쟁에 나섰고 14일에는 전면파업에 돌입, 그의 공장 출입까지 저지했습니다. '상하이차가 보낸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이미지 때문이죠. 쌍용차는 전면파업 16일째인 지난달 30일 극적으로 임.단협을 타결했습니다. 만약 이날 타협이 안 됐으면 9월부터 새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고 이들과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해 파업 장기화가 불보듯 뻔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타결 과정에서 중국 경영의 스타일이 살짝 드러난 점입니다. 8월 말이라는 시한에 쫓긴 노사는 이날도 최대 쟁점사항인 '전환 배치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전환배치제는 생산라인 인력 투입에 대한 권한을 회사가 갖는 겁니다. 머터우 사장은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대신 전환배치제를 도입하기로 한 기본 틀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협상을 맡은 최형탁 사장에게 주문했습니다. 판을 뒤엎겠다는 노조의 시위에도 굽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끌면서 현 노조 집행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노사협상에도 중국식 '만만디'가 주효했다고나 할까요.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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