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출총제에 발목 잡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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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산넘어 산이다. 현대건설 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김창록 총재가 "부실을 만든 원 주인이 도로 가져가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는가 하면 출자총액제한 규제도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본지 29일자 e2면>

출자총액제한이란 자산 6조원 이상인 그룹의 계열사가 순자산(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의 25%를 넘어 다른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출총제 한도 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1500억원 정도다.

그러나 현대건설 지분 51%를 얻는데 4조~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이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6000억원에 사겠다고 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에 근거한 추산이다. 현대그룹 자체로는 인수 대금의 3~4%만 조달할 수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다음달 중 매각 주간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각계의 출총제 폐지 목소리에 큰 기대를 거는 표정이다. 여당도 연내 출총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모임에서 출총제 폐지 건의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달 초 금강산에서 열린 고(故) 정몽헌 회장 3주기 추모행사에서 "현대건설을 꼭 인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룹 고위 인사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각종 방안을 실무진이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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