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 녹음도서관|맹인에 지식보급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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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맹인들이 적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주어야 한다. 녹음도서나 점자도서를 많이 보급해 간접체험의 기회를 넓히고 그를 통해 정상인과의 만남에 불편이 없고 나아가 사회 속에서 당당한 한 구성원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맹인들과 후원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카톨릭 녹음도서관(관장 서인환)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맹인들을 위한 정보센터·교육센터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녹음도서관은 1천2백권(카세트로는 1만여개)의 녹음도서와 5백여권의 점자도서를 가지고있고, 카톨릭교단에서 발간하는 잡지 5종류를 발췌한「판소리」와 여성잡지의 내용을 모아 4개의 테이프로 제작하는「여성잡지」등「소리잡지」를 낸다. 또 전화를 통해(151-5527)맹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정보전화도 운영한다.
음성합성 컴퓨터로 맹인들이 컴퓨터를 이용하게 하는 시도도 초보단계지만 이루어 내고있다.
이 같은 노력들은 맹인도 포함된 몇 안 되는 도서관직원과 2백여 명의 낭독봉사자, 40여명의 점역 봉사자들과 30명 정도의 후원회원들의 헌신과 도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나 사회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있고 교단 내에서도 맹인들을 생활인으로 만들기위해 도와야한다는 인식이 높지 못하다.
『맹인이 15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그중 점자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6천 여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맹인 95%가 문맹이라는 것이지요. 이들에게 점자를 가르치고 녹음도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갖게 해야 합니다.』 녹음도서관은 장기목표로 이 도서관을 법인화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25평밖에 안 되는 도서관규모를 2백평 이상으로 늘려야 법인이 될 수 있고 법인이 되어야 정부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
맹인회원들이 7천 만원을 모았으나 태부족이다. 녹음·복사시설도 바꾸어야 한다. 맹인들이 원하고 있는 녹음도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녹음·복사시설이 부족해 때 맞추어 공급하지 못하고있다.
신문을 녹음해 전화를 하면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부문의 정보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전화회선을 확보하고 증권정보·시장정보 등도 정보제공회사와 연결하여 전화로 전달해 주고 있다.
맹인학생들을 위해 부교재 참고서를 녹음하여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 공공도서관에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있고 맹인들을 위한 녹음도서·점자도서가 있으나 맹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고 있다.
녹음도서관은 녹음·점자·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맹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그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는 유일한 기관인 셈이다.
『우리들의 일을 위해 우리가 어려운 사정에 있다고 호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입니다만 맹인 도서관과 교육시설을 확충하여 교육시켜 유능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세금을 거두어 보호하던 맹인을 세금 내는 국민으로 바꾸었을 때 사회적으로 12배의 수익이 생겼다고 합니다. 우리사회도 맹인들이 일반인과 함께 살아가는 통합 시대를 이 루어야 합니다.』
녹음도서관은 지난 82년 맹인 카톨릭교인들이 성서 등을 읽지 못함으로써 종교생활이 어려워지자 점자성서를 만들고 읽게 하자는 뜻이 모여 맹인선교회부설기관으로 만들어졌다. 맹인들의 힘이 모아지면서 그들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이 크다. 녹음도서관은 카톨릭신자만이 아니고 맹인이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하여 이용할 수 있다. (778)8396. 서울 중구 남산동2가43의8.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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