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동승… 빨라진 「개편열차」/가닥잡힌 여진로 「거대신당」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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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범보수」 겨냥 세가닥 초안/재편 뒤 주도권 위해 내부결속 분주
연초부터 부상하던 정계개편론이 민주ㆍ공화당의 적극적 움직임과 민정당의 본격적인 가세로 정계 전체를 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4당의 이해가 서로 얽혀 혼미한 가운데 차츰 가닥이 잡혀져가고 있는 분위기.
이제는 현재의 4당구조 자체가 뒤바뀔 것인지,그렇지 않으면 그 소용돌이 속에서 일부 정당끼리의 합종연형으로 끝나버릴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여권의 본격적인 참여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계재편성의 흐름 자체도 급박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가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혁명적 정계개편」에 회의적인 시각들이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개편 자체가 참여하는 몇개 정당의 존립에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에 곧바로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각 정파와 정치인들의 복잡한 정치타산 속에 대세를 이뤄가고 있는 개편의 흐름을 짚어보면 대체로 범보수대연합,민주­공화 소연합,민정­민주­공화 보수3당의 재편성등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항하는 여권내 반연합세력과 평민및 야권통합파의 견제로 복잡한 역학관계가 고차원의 방정식처럼 얽혀 있다.
◇범중도연합=민정당측이 새로 개념규정을 내린 보수대연합이다.
○정치생명과 직결돼
민정당측은 4ㆍ26총선 후 여소야대 현상이 빚어지기 전부터도 보수연합을 구상해왔었고 4ㆍ26 이후 보다 구체화됐었다.
이는 물론 민정당이 중심이 되는 체제이긴 하나 보수세력의 안정적 집권을 위해 거대정당을 만들자는 구상이었고 이런 전제 위에서 공화ㆍ민주당측과 꾸준한 막후 비공식 접촉과 의사타진이 이뤄져왔다.
지난해 7ㆍ10 노태우­김종필 청와대회담은 역시 같은 구상을 해온 김총재와 민정당측이 의견을 합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7ㆍ10밀약은 5공청산의 조건문제로 뒤뚱거리고 이 바람에 보수대연합 구상은 한때 뒷전으로 물러섰다. 5공청산을 위해선 평민당의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
민정당측은 12ㆍ15대타협을 전후해 민정ㆍ평민 양당체제에 의한 정계안정론을 일시 선택했으나 △평민당과의 제휴는 잠정적일 따름이며 △김대중총재가 다시 북한방문등 「본색」을 드러냈다고 판단했으며 △민주­공화 양당의 합당이 이뤄질 경우 민정당에 위협적인 도전세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보수연합으로 돌아섰다.
일단 민주ㆍ공화의 보수세력과 제휴하되 평민당의 동조세력도 끌어넣는다는 측면에서 중도대연합을 추진키로 했다.
그 논리는 △경제안정을 다져 자유경쟁의 시장경제를 보호하고 △통일에 대비해 자유민주세력의 장기적이고 확고한 지지기반을 마련한다는 것 등으로 이것은 재야진보세력이나 평민당내의 진보파가 상대세력으로 규합될 것을 예상하고 도상계획을 짜고 있다.
◇민주­공화 소연합=민주당의 김영삼총재는 민정당까지의 통합을 상정하고 있으나 일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공화당과 일단 합쳐 제1야당을 만들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인 것같다.
이 점에서 민정당까지 끌어들여야 한다고 보는 김종필총재는 소연합에 다소 소극적이다.
민정당도 민주­공화만의 소연합은 경계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내각제개헌을 위한 여건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민주­공화 두 보수세력이 합치고 김영삼ㆍ김종필이라는 정치적 비중이 두드러지면 이 보수당은 민정당과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정당은 이 경우 중부지방에서는 열세가 될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민정당은 소연합에 소극적인 JP와 연계해 가급적 대연합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기본생각.
◇야권의 재편성=또 한가지 가능성으로 기다리는 것은 민주­공화당 중심의 소연합이 실패하는 경우다.
○「이삭줍기」 구상도
야권통합파가 끝까지 반대하고 민주당의 중진등 상당한 세력이 이에 동조하면 민주­공화의 통합은 별의미가 없어진다. 대연합도 마찬가지. 그렇게 될 경우에는 「이삭줍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소식통은 이 경우 주로 공화당에서 25∼30명 정도의 의원이 뛰쳐나와 민정당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이들을 흡수하면 현재 1백27석의 민정당의석과 합쳐 국회내의 과반수를 확보하게 된다.
노대통령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민정당은 큰 정치의 뜻으로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말한 것이나 『국회의원들은 당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민정당 일각에서는 박준규 전대표가 「헤쳐모여」식 정계개편론을 제기했던 것도 사실은 민주­공화 중심의 소연합이 성사되기 어렵다고 보고 3야공조를 흔들어보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정계개편의 흐름을 이렇게 분류해 보면 일단 여권이 개편을 적극적으로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는 명백히 읽을 수 있다.
최근 민정당당직자들이 범여결속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앞으로의 신당결성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단속이라는 것이다.
○지자제 선거가 변수
당내 결속이 약해 계보별로 쪼개질 경우 민주당,또는 구공화파까지 결속한 공화당과의 당내세력 배분과정에서 열세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경우 광주보상법 마련ㆍ특위해체 등 5공청산문제를 완전히 매듭지을 2월 임시국회를 어떻게 하며 지자제의원선거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신당추진세력들은 어차피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보고 그 흐름 속에서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다투고 있다.
김영삼총재가 신당추진을 급박하게 몰아가고 있는 것도 당내반발등 여건 탓도 있지만 개편의 주도권이란 문제도 없지 않다.
개편에 대한 큰 윤곽이 이미 선 이상 어차피 흐름의 물살은 점차 빨라지고 가속을 얻게 될 전망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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