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24일 열린 요코하마와의 경기에서 0-3으로 뒤지던 4회 초 무사 1, 3루에서 3점홈런을 치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길었던 이승엽의 홈런 갈증을 풀어준 건 한 통의 전화였다. 이승엽은 이날 오후 2시쯤 자신이 '타격의 사부'로 인정하는 백인천 전 삼성 감독과 전화통화로 타격폼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그때 백인천 감독은 이런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 방망이 잡은 손을 한 뼘 더 높이 들어라="이승엽은 타석에 들어선 뒤 방망이를 든 동작에서 방망이 끝을 한 번 눕혔다가 치켜든다. 그 동작은 방망이 헤드에 힘을 느끼게 해주고, 임팩트 순간에 헤드에 힘이 실려 비거리도 살아난다. 시즌 초반에 그 동작을 생략했다가 슬럼프가 온 적이 있다. 그때 우연히 그 모습을 보고 전화로 지적해 주었는데, 바로 그 다음날 홈런을 때려냈다. 요즘은 그 동작을 하긴 하는데 방망이를 든 높이가 낮아졌다. 원래 방망이 손잡이가 귀 높이에 와야 하는데 지금은 가슴 윗부분까지 내려왔다. 10~20cm다. 그렇게 되면 타격 순간에 방망이를 들어야 하고, 들려면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가서는 좋은 스윙이 나올 수 없다. 헤드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해 비거리도 짧아진다. 본인이 잘 모르고 있었다며 비디오를 통해 다시 보고 바로잡겠다고 했다."
이승엽은 경기 전 훈련을 통해 백인천 감독의 조언을 되새겼고, 그 조언을 잊지 않고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에서 2루 땅볼로 물러난 이승엽은 0-3으로 뒤진 4회 초,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상대선발 나스노 다쿠미의 몸쪽 초구(111㎞ 커브)를 시원하게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이승엽은 이 홈런으로 일본 진출 이후 자신의 시즌 최다 타점(85타점) 기록을 세웠고, 자이언츠 하라 감독의 시즌 최다 홈런(36개)을 추월했다. 이승엽은 5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무릎 통증을 느껴 대주자로 교체됐다. 자이언츠는 6-10으로 졌다.
이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