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판 워터게이트/보안당국서 야당지도자 전화 도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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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야,비밀문서 폭로로 정가 “회오리”
헝가리판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오는 3월 첫 자유총선을 앞둔 헝가리 정국이 심각한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고 10일 프랑스의 로몽드지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헝가리 야당세력인 자유민주청년포럼과 자유민주연합은 최근 헝가리 보안당국이 작성한 1급 비밀문서 사본을 공개했다. 이 문서는 야당 지도자의 외부 전화통화 내용과 총선을 앞둔 야당세력간의 정치적 알력,입후보 예상자 명단 및 각 개인별 정치성향 등에 대한 자세한 분석 등이 포함돼있어 헝가리 정가에 심각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은 헝가리 보안당국 최고책임자인 코세그가 텔리비전 공개토론에서 『반대세력에 대한 전화도청은 이미 폐지된지 오래됐다』고 공언한지 불과 며칠만에 터졌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야당세력들은 총선을 앞둔 헝가리 사회당 정부의 정보술책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내무장관등 관계 당국자의 인책을 주장하는 한편 대사회당 정치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건이 터지자 네메스 총리는 「심각한 충격」을 표시하면서 즉각적인 수사를 관계당국에 지시했고,로반 내무장관은 휴가를 중단하고 부다페스트로 돌아가 사건 수습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주무장관인 로반 내무장관은 자신은 이러한 정보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이는 선거를 앞둔 야당의 정보조작일 가능성도 있다』며 야당측에 오히려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렇지 않아도 실추되고 있는 사회당에 대한 헝가리 국민의 인기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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